한국일보

기다림의 시간

2013-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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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구정희 / 샌프란시스코

작년에 대학원을 졸업한 막내딸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많은 곳에 이력서를 넣고 기다리지만 좋은 소식이 없어 조급증도 나고 실망도 되는가 보다.

딸이 졸업하는 날 수많은 졸업생들을 보면서 나는 이 많은 학생들이 다 취업을 위해 나선다면 대단하겠다 생각했었다. 딸이 인턴으로 일했던 학교의 한 선생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1,000장도 넘는 이력서를 써서 보냈다고 딸에게 말해 주었다는데 딸은 믿어지지가 않았단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 보니 실감이 되나 보다.

삼년 전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원서를 냈다가 들어가지 못해 일년을 좋아하는 것을 배우다가 다시 더 나은 대학원에 합격을 했었다. 나는 그때 일을 딸에게 상기시켜 주며 지금도 너에게는 기다리는 시간이니 잘 견디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오래 전 작은 딸을 해산하기 위해 병원에 갔을 때 심한 진통과 고통 중에 벽에 붙은 시계가 눈에 들어 왔는데 그때 마음속으로 어서 시간이 지나가야 이 고통이 끝날 텐데 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어떤 것은 시간이 가야만 해결되는 것도 있다.

딸에게도 지금 네가 하는 모든 일이 너무 작아서 사람 눈에 뜨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알아볼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말을 한다. 지금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튼튼하게 할 시간이라고 말이다.

딸이 지금 직장을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들이 언젠가 원하는 직장이 되였을 때 기다린 만큼 더 소중하고 기쁨도 더 크리라 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오늘도 딸을 향해 파이팅을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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