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무대 삼아 뛰어다니는 국제 비즈니스 우먼을 꿈꾸는 박미진(17)양은 뉴욕시 명문인 타운젠드 해리스 고등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재원이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일을 즐기다보니 늘 주변에는 친구들로 넘쳐나고 인종과 연령 및 성별 등을 초월해 인적 네트워크도 참으로 광범위하다. 학교는 물론 집 주변의 이웃들까지 모두 가까운 친구로 지낼 만큼 대인관계는 언제 어디서든 만점짜리다.
국제 비즈니스 우먼으로 성공해 재력을 키우게 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단다. 바로 고아원을 차리는 것. 9학년 때부터 입양아 문제를 깊이 고민해왔다며 장차 자신도 자녀 3명쯤 입양해서 훌륭하게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다. 가족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힘이라며 고아들에게도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란다.
실제로 평소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밤늦게라도 가족들이 모여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씩 두런두런 하루의 일상을 나누며 대화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게다가 최근 퀸즈칼리지에서 ‘칼리지나우’를 통해 어번 스터디를 공부하면서 각종 사회 이슈를 접한 것도 영향이 크다.
고아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이나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면접시험과 한 달간의 교육을 가뿐히 통과하고 시작한 미자연사박물관 안내데스크 봉사는 지난해 8월부터 매월 두 차례씩 해오고 있다. 한인으로도, 10대로도 드물게 선발된 자리인 만큼 책임도 막중하지만 한인 방문객들이 한국어 안내를 받고 고마워할 때면 뿌듯함도 크단다. 또한 함께 일하는 할아버지·할머니 연령대의 박물관 봉사자들로부터 얻는 삶의 교훈은 자신의 내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뿐만 아니다. 11학년 때부터 시작한 ‘글래머(Glamour) 걸스 클럽’은 매월 한 차례씩 지역 노인센터를 찾아 주름진 할머니들에게 네일아트로 봉사하고 있고 인권문제를 다루는 ‘앰네스티(Amnesty) 클럽’에서는 미국의 사형제도 논란의 중심이 됐던 트로이 데이비스의 구제를 위한 서명운동도 펼쳤다.
한국일보와 뉴욕한인봉사센터(KCS)가 공동주최하는 청소년 하계 자원봉사 프로젝트(YCAP) 일원으로 복날 한인 노인들을 위한 삼계탕 재료 100인분을 직접 준비한 경험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삼계탕을 먹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생닭을 그것도 100마리나 씻어보기는 처음이었기 때문.
이외에도 봉사활동 모임인 ‘키(Key) 클럽’은 초등학교 시절 ‘빌더스(Builder’s) 클럽’ 이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우등생 클럽인 아리스타 활동 및 앨리폰드팍 벤치 페인트와 8~9학년 시절 펼친 퀸즈공립도서관 프레시메도우 분관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어린이들에게 책읽어주기 등 다양하다.
바쁜 일상에도 우수한 학업성적을 유지할 만큼 자기관리와 자기절제력도 또래답지 않게 뛰어나다. 학과목 평점 96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스스로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명문고답게 우등생이 많아 자신은 명함도 내밀 수 없다며 겸손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초등학교(PS 46)를 졸업하며 대통령상을 받았고 중학교(MS 74)는 차석으로 졸업한 우등생이지만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성적이 높은지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적이 올랐는지를 더 중요시 여기는 현명함도 지녔다.
남과 비교하는 경쟁보다 스스로 만족해야 하고 일단 목표를 설정하고 나면 해내고 마는 성격이어서 지난달 치른 SAT 시험을 준비하는 약 한 달간은 그토록 좋아하던 스마트폰을 스스로 부모에게 자진 반납했고 문자나 페이스북까지 끊으며 공부에만 매진했을 정도.
학교에서는 9학년 때부터 활동한 로보틱팀에서 마케팅 홍보를 담당하고 있고 지난해 가을부터는 크로스컨트리 육상도 시작했다. 운동을 잘하지 못하지만 스스로 신체적·정신적으로 단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작했고 덕분에 두통이 사라져 학습 집중력이 좋아졌단다.
두루두루 모든 과목을 좋아하지만 국제 비즈니스 우먼을 꿈꾸는 인재답게 특히 언어학습에 관심이 높다. 2003년 8세 나이로 이민 온 1.5세로 완벽한 한국어에 현재 히브리어와 라틴어를 배우고 있고 서반아어는 박물관 안내 정도는 가능한 수준. 앞으로 불어와 이탈리아어도 마스터하겠다는 계획이다.
3~4세 때부터 누군가 자신을 부를 때에는 반드시 ‘미진’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똑’ 소리나게 요청했을 정도로 자기 주관도 뚜렷한 박양은 플러싱에서 체리 헤어살롱(159-11 노던 블러바드)를 운영하는 박영섭·황명옥씨 부부의 2녀 중 둘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