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식구‘박토비’

2013-01-25 (금)
크게 작게

▶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작년에 또 한 식구가 늘었다. 온 가족의 사랑받는 애완견 ‘토비’인데, 아내는 박씨 집에 입양되었다고 성을 붙여 ‘박토비’라고 부르니 더욱 더 가족 같다. 며느리가 첫 딸을 출산하고 돌보는 것이 힘들어 잠깐 맡아달라고 했는데 벌써 7개월이 지났고, 이제는 너무 정이 들어 돌려주기가 힘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귀찮기만 했는데.

약 30년 전 큰애가 혼자 외로워해서 강아지를 한 마리 얻었는데, 훈련이 전혀 안되었고, 부부가 다 직장을 다니고 집에는 차고도 없을 때라, 집 사방에 실례를 하고 온 집안이 개 때문에 야단법석을 치다가 일주일 만에 손 바짝 들고 포기한 적이 있다.

그 후로는 애완견은 부지런한 사람, 특별한 사람만 기른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앨러지가 심해 일생 애완견을 기르지 않겠다고 장담했는데, 토비에게 이렇게 정이 가니 우리의 판단과 결심은 참 믿을 수가 없다.


오래전 클린턴 대통령의 애완견이 자동차 사고로 죽은 기사가 신문 1면에 나와 나보다 훨씬 낫다고 웃은 적이 있다. 애완동물을 정말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다. 이 글을 쓰며 한국에서 미군부대에 카투사로 근무할 때 일이 생각난다.

하루는 부대에서 기르던 개가 안 보인다고 난리를 치며 찾아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카투사들이 몰래 이 개를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미군들이 알면 우리는 영락없이 식인종 같은 취급을 받을 것 같아 식은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 이 때문인지 나는 보신탕을 지금껏 못 먹는다.

사람은 배우려고만 하면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는데, 나는 토비를 기르며 느낀 것이 많다.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생물은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것 같다. 식물도 사랑으로 키우면 훨씬 건강하다고 한다.

나는 마음이 모질지 못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몰래 토비에게 먹을 것을 주곤 하는데, 그 때문인지 퇴근해 집에 오는 나를 그렇게 반길 수가 없다. 아내보다도 개가 훨씬 더 반긴다고 하며 둘이 웃었다. 나를 반기는지, 내가 줄 먹이를 반기는지 알 수 없으나 이 친구 때문에 퇴근길이 더욱 즐겁다.

식사 때는 시종일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먹이를 기다린다. 제법 애처로운 표정까지 짓고 끈질기게 기다린다. 모든 사람은 작던 크던 어떤 기대감, 특히 기독교인들은 육체의 장막이 무너진 후의 약속된 기대감 때문에 힘들고 아프고 피곤한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는데, 토비의 포기하지 않는 기대감을 보며 배운다. 마치 성경의 “종이 상전의 손을 바라보듯, 여종이 주모의 손을 바라보듯”이란 말씀을 생각나게 한다.

또한 토비는 가끔 집안에서 ‘실수’를 하는데, 자기의 잘못을 알고 고개를 푹 숙이고, 실수한 자리에는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모습을 보면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숨기고, 변명하고, 아니라고 버티는 뻔뻔한 인간들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충성스럽고, 영리하고, 사람을 따르는 개를 주로 부정적 단어에, 예를 들면 ‘개 같은 x, 개소리, 개구멍, 개꿈, 개차반, 개떡, 개살구’등에 사용하는 것이 나는 불만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고 사랑받는 동물이기에 사람의 언어에까지 사용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