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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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와 미국 개

2013-01-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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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정인목 / LA

내가 일하고 있는 컨테이너 물류회사에는 보안을 위해 시큐리티 직원 한 명과 개 두 마리가 밤새도록 지키고 있다. 이 두 마리의 개는 진돗개와 종류를 알 수 없는 까만 미국 개 한 마리이다. 이 개들의 임무는 직원을 도와 외부 침입자를 감시하고 회사 소속 컨테이너 트럭들이 들어오면 크게 짖어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 개들은 충성심이 뛰어나 직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개들은 대로변에서 지나가는 많은 차량들 가운데 회사 소속 컨테이너 차량 소리를 정확히 식별해 보안직원에게 알려준다. 사람 귀로는 식별이 되지 않는데 놀랍기만 하다.

나는 두 마리의 개를 관찰하면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됐다. 국경일을 축하하기 위한 불꽃놀이용 폭죽에 대한 반응이 그것이다. 미국 개는 폭죽을 쏘든 말든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하면 전혀 동요하지 않는데 반해 한국 개는 자기를 해치러 오는 것으로 아는지 길길이 뛰며 숨을 곳을 찾느라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다. 혹시 이 개만 그런가 해 다른 진돗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보안직원으로부터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진돗개가 간밤에 죽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국경일 축포행사가 있었는데 그때도 진돗개는 길길이 뛰었으며 줄이 풀리면서 높은 담을 뛰어 넘다가 줄이 담에 걸리는 바람에 질식사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영특한 진돗개이지만 먼 이국 땅 미국까지 건너와 다른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다른 문화가 안겨주는 스트레스와 충격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진돗개가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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