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에 듣는 말

2013-01-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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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구정희 / 샌프란시스코

큰 딸과 함께 교인의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했다. 주중임에도 고인의 남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많이들 오셨다. 고인은 인생의 말년을 큰 딸 집에서 보내다 가셨다.

사위는 고인에 대해 회고하는 순서에 나와 아내와 결혼할 때 장모님이 반대하셨지만 자신은 아내를 낳아 준 장모님을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모님이 영어를 못하셨기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순 없었지만 서로 알아 듣었다며 울먹였다. 그리곤 그녀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며 끝말을 잇지 못했다.

그 다음 자기 딸과 함께 나온 큰 손자는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며 자기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려 하신 할머니로 인해 지금 몸이 이렇게 불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또 증손녀인 자신의 딸을 예뻐해서 볼 때마다 활짝 웃으며 반겼다고 추억했다. 그는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나는 미국 장례식 중 고인을 회상하면서 참석자들 앞에서 기억을 풀어놓는 시간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를 통해서 잘 모르는 고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시간을 통해서 남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식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는 반면 미국 장례는 살아생전 있었던 일을 추억하며 사람들과 나누곤 하는데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오늘 장례식처럼 마지막 시간에 나를 기억해줄 때 내가 어떤 이와 어떻게 지냈는지가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내 주위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새롭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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