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학칙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을 때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냉철한 판단으로 학교와 접촉해야 한다. 또 퇴학처분을 받았다면, 자녀가 자신의 실수를 깊이 반성하고 변화된 모습으로 노력한다면 대학 진학에는 문제가 없다. 뉴욕타임스>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건강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자녀의 탈선으로 고통을 겪는 부모들이 종종 목격하게 된다. 자녀가 문제를 일으켜 처벌을 받는다면 누구나 당황하게 된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예방이 최선이다. 일선에서 4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이춘배 교육 전문가를 통해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할 고교생 자녀의 탈선과 대응책에 관해 들어봤다.

평소 규정-벌칙 알아두면 불상사 방지 도움
처벌 땐 흥분 말고 학교결정 따르는 게 좋아
반성 뚜렷·모범생활 하면 대학진학 지장 없어

■ 학칙을 꼭 살펴라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칙이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본 부모가 얼마나 될까.

이춘배 교육 전문가는 많은 부모들이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내 아이가 설마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 탓이다.

학교 교무실 등에 가면 학칙에 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는 학생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그리고 규정의 항목들이 무엇인지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모르는 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처벌을 받았을 때 쉽게 이를 수긍하지 못하고 반발한다.

학칙만 제대로 한 번 읽어 보면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 즉 학칙에 있는 일들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들만 잘해도 자녀가 크게 어긋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자녀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

■ 학칙 위반과 처벌

그 범위는 무단결석에서부터 범죄에 해당되는 것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이 싸움이나 마약이다. 학생들 간에 마리화나 등 마약류 거래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상당히 뿌리가 깊은 셈이다.

여기에 더해 장난감 권총 같은 것을 가지고 등교했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 본인은 재미 삼아 가져왔을지 모르지만, 이는 매우 심각한 행동으로 학교에서는 실제 총과 다름없이 다룬다. 즉 이는 중대한 학칙 위반으로 퇴학처분을 받을 수 있다.

처벌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경미한 위반이라면 한 시간 정학을 받을 수 있고, 방과 후 청소, 주말을 이용한 커뮤니티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하면 처벌 수위도 높아져 하루 정학에서 5일 정학까지도 가능하며, 심각한 경우에는 퇴학처분을 받게 된다.

■ 이의 제기

어필(appeal)이라고도 하는데 자녀가 정학 등의 처벌을 받았을 때 부모는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학교는 학생이 학칙을 위반하면 우선 전화로 이를 부모에게 알리고, 이와는 별도로 공문을 보내게 된다.

이를 통보받은 부모는 누구나 감정이 앞서게 되고, 그 중 일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학교로 달려와 항의를 하기도 한다.

일단 학교가 결정하면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정학을 받았다면 그 자녀는 결정된 기간에 부모의 감독 하에 집에 있어야 한다. 만약 아이가 집을 나와 길거리를 배회하다 적발될 경우 부모는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학교가 정한 날짜에 자녀와 함께 나가 학교 담당자와 재 등교를 결정하게 되는데, 만약 이 자리에서 그 처벌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일 경우 이 케이스는 교육구로 넘어가게 되는데, 결국 교육구 관계자와의 미팅이 있을 때까지 재 등교가 미뤄질 수 있다.

하지만 학교의 결정이 번복되기는 매우 어렵다. 학교 나름대로의 정확한 조사와 판단을 통해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모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자녀의 학업 연속성이다.

만약 자녀에게 내려진 처벌이 납득할 수 없다면, 이의를 제기해 바로 잡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받아들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피하는 게 자녀에게 좋다. 학업이 지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퇴학처분을 받았을 때

심각한 학칙 위반을 범했을 때 학교는 가장 강력한 처벌로 퇴학을 결정할 수 있다.

교내에 무기류를 가지고 등교했거나, 마약, 갱 활동 등 여러 위법행위의 정도가 심하면 이런 처분을 받게 된다.

퇴학을 받았다면 다른 학군으로 전학을 가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학생이 저지른 일이 사법적인 문제가 됐을 경우 교육구에서 운영하는 특별학교에서 학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수업을 받게 된다.

만약 특별학교에서 수업을 받게 됐을 경우, 학교생활에 충실히 임하는 등 우수한 성적과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면, 다시 일반 학교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하나 생긴다. 퇴학처분을 받았을 경우 학교 기록에 남게 되는데, 이 때문에 4년제 대학, 특히 사립대 진학이 가능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춘배 교육 전문가는 “대학 진학의 기회는 열려 있다”면서 “아주 특별한 사안이 아닐 경우 청소년기에 있을 수 있는 실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학교로의 전학이나 특별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 하는 것도 결국 아이들의 앞날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춘배 교육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이 변화됐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업은 물론, 성적, 행동 등 모든 면에서 지난 실수를 씻을 수 있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할 때 자신의 과거 사실을 감추지 않아야 하며, 에세이 등을 통해 그 사실을 설명하고,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이 노력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뤘는지 보여줘야 한다. 사실을 숨겼다가 나중에 발각되면 대학에서 입학을 거부할 수 있다.

자녀와 수시 대화·친구 파악해 둬라

■ 탈선 방지하려면

가능한 어릴 적부터
인성교육 신경써야

이춘배 교육전문가는 부모가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있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자녀가 건강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1. 등하교 철저히
아주 바쁜 가정이 아니면 보통 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수업이 끝나면 픽업한다. 시간을 철저히 지켜 방과 후 특별한 계획이 없는 한 집에 데려다 놓도록 한다.

2. 자녀의 친구 관리
아이들의 탈선은 주변을 통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만나고 있는 친구들이 누구인지, 어떤 아이들인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연락처도 확보해 놓도록 한다. 이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자녀와의 대화다.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집에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에 대해 매일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교육에서 대화의 중요성이 수없이 강조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3. 어릴 때부터 생활습관 길들여라
이춘배 교육 전문가는 중학교 8학년 정도가 되면 더 이상 부모의 힘으로 자녀의 습관이나 태도를 바꾸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어릴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시키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특히 일부 한인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큰 소리를 내면 금방 자녀가 따라하는 것을 가지고 말을 잘 듣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오산이라며,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는 교육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성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