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머리에 이고 지게에 한껏 지고 온 마른 나뭇가지, 마른 볏단이나 콩줄기를 아궁이에 넣고 한편으로는 무쇠 솥에 밥을 하고 덤으로 그 열기가 구들장 아랫목을 따뜻하게 한 다음 굴뚝을 통해 그 연기를 내뿜는 전형적인 시골모습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아궁이 얘기를 하면 신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정작 두꺼운 솜이불을 깔고 덮고 자던 우리 세대의 온돌 아랫목에 대한 그리움은 우리 어머니가 그어 댄 성냥불에 후후 불어 지핀 불씨에 열심히 부채질하던 모습이 생각나 금세 눈물이 글썽거린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우리 한국의 난방 역사의 시작이다. 여전히 그립고 정겨운 구들장 온돌 난방 문화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고, 물을 데워 파이프 관을 통해 온기를 전달하기 시작한 석탄과 연탄보일러의 등장은 보일러 근대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제는 중앙난방이 가능하고 원하는 대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경유나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자동화된 보일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아랫목이 그리워 때로는 더욱 편리성이 가미된 니크롬선을 이용한 전기온돌 판넬을 설치하기도 하나, 전자파다 뭐다하여 꺼리는 이들도 있어 이를 보완한 보다 안전하면서 전자파 등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운 신개념 면상발열체라 칭하는 난방시설이 등장하여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다. 두꺼운 솜이불을 대신하여 사용하는 전기담요는 물론 온수담요에 이르기까지 건강까지 염두에 둔 웰빙시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오늘날 난방 시스템의 대세는 기름과 가스 그리고 대표적 청정에너지인 전기를 이용하는 온수보일러(Hot Water Heating System)다. 물론 온기를 이용하는 난방시스템(Hot Air Heating System)을 사용하는 가정도 더러 있으나 온수를 순환시켜 집안을 따뜻하게 하는 온수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온돌난방과 보일러난방의 궁극적 차이는 바로 수동과 자동의 차이로 집약할 수 있다. 산골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난방에 필요한 나무 등의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에 아직도 온돌난방을 이용하고 있기는 하나 일반도시에서 보일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기름이나 도시가스 등 난방연료의 용이한 조달과 온도조절기능 등 완전히 자동화된 사용상의 편리성 때문이다.
온돌난방은 고장이라는 게 없다.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고로 그저 나무 등의 땔감만 있으면 된다. 아울러 파이프 등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동파염려도 없다. 그러나 보일러는 다르다. 완전히 기계화되어 있는 관계로 전기가 나가면 먹통이 되고 동파는 물론 때로는 고장이 나기도 한다.
보일러의 구조를 살펴보자. 가스와 기름보일러의 주요 차이점 중의 하나는 연소기(버너, Burner)의 구조가 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가스보일러는 가스조절밸브(Gas Control Valve)를 거쳐 버너로 가스가 전달되어 점화가 바로 이루어지나 기름보일러는 버너 내에서 먼저 기름을 화씨140도 정도로 가열한 다음 기화시켜 점화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됨으로서 가스버너에 비해 그 구조가 복잡한 편이다.
고장의 원인 중 가장 빈번이 발생하는 부위는 버너다. 버너는 온도조절기(Thermostat)를 통해 점화가 반복되는데 가스보일러의 경우 점화에 필수적인 파일럿라이트(Pilot Light:점화를 위해 항상 켜져 있는 작은 불꽃)가 부주의 등으로 간혹 꺼지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재점화 과정은 먼저 가스밸브를 잠근 다음 보일러 안에 누출된 가스가 남아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스냄새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최소 5분 이상 기다린다. 만일 이후에도 계속 가스냄새가 감지된다면 즉시 가스회사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재점화 과정은 해당 보일러의 사용지침서(Manual)에 따라 실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기름보일러의 버너가 멈추었을 경우에는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기름보일러는 기름을 가열한 후 기화시킨 다음 점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일반적인 작동방법으로서 버너에 있는 재작동을 위한 복원버튼(Reset Button)을 한두 번 눌러준다. 이후에도 작동하지 않으면 더 이상 버튼을 누르지 말고 기름회사에 연락을 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재작동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작동을 위해 계속 복원버튼을 누르게 되면 버너 안에 기화되지 않은 오일이 지나치게 쌓이게 되고 심한 기름 냄새와 더불어 나중에 재점화시 심한 연기(검냉)와 함께 불완전 연소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CO발생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보일러의 사전점검과 사고예방은 언제나 중요하다. 보일러가 자동화되어 있는 관계로 간혹 무관심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보일러 연소시 발생하는 CO(일산화탄소) 중독사고를 방지하기위해 침실과 가까운 곳에 CO 탐지경보기(Detector)를 설치하고 자주 집안을 환기시켜 주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