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길의 출발선에 서서

2013-01-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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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중 수필가

새해다. 새로운 출발은 삶의 또 다른 시작을 뜻한다. 2013년이란 열차로 갈아탄 나는 새 열차에 승객이 되었다. 미지의 길을 떠나는 자의 설렘도 두려움도 있으나, 건강한 몸으로 새 열차에 탑승하게 된 것만이 기쁘고 감사할 뿐이다.

우리들의 모든 삶은 길 위에서 존재한다. 길을 따라가며 길 위에서 인생의 쓴맛 단 맛을 맛보지만, 그 길은 미래로 가는 통로이기에 희망을 품게 한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자신 속에 씨앗을 품고 있듯이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의무를 지니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가능성 때문에 귀한 것이다.

지난해는 순탄하지 않은 시련의 길이기도 했다. 즐겁고 행복한 시절도 있었지만 고통스럽고 외롭고 두려운 시간도 경험했다. 그러나 다음 시간에 대한 기대가 있으면 고달픔도 잊을 수 있기에 희망은 미래로 향한 소망의 하늘빛이다.


새해의 의미는 무엇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데 있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의미있는 것은 없고 새로워지려는 마음이 없으면 새로움이란 없을 것이기에 삶에 새로운 의미가 담겨져야 할 것이다. 삶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에만 달라지며 발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나는 여럿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볼 때면 제일 먼저 찾아보는 인물이 나 자신이었다. 내 모습이 예쁘고 멋지게 나왔으면 만족해했고 밉게 찍혀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며 사진사의 솜씨를 못마땅해 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나 절친이라도 그들의 모습에 먼저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내 모습을 본 후에야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다른 사람의 사진이 예쁘게 잘 나왔어도 내 모습이 잘 나오지 않은 사진은 잘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지 않고 다른 사람의 사진이 밉게 나왔어도 내 모습만 잘 나왔으면 좋아했다. 사람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하려면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해가 바뀔 때 마다 거창한 계획을 세워놓고 번번이 의지박약과 용두사미의 자신을 나무라며 후회와 반성을 하는 것 보다 내가 실현하고 싶은 소망을 품고 기도할 때, 신이 처리해 주신다는 말이 있다.

올해는 우선 사진 보는 습관부터 바꿔야 하겠다. 사진을 볼 때 나 보다 남을 먼저 찾아보며 그의 사진이 잘 나온 것을 기뻐하고 사진사의 솜씨가 일품이라고 칭찬하는 너그러운 마음, 이타심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지혜로 한해를 살고 싶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열망, 변화에의 열망이 없다면 새해의 하루하루도 똑같이 되풀이 되는 지루한 일상의 궤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하루하루 이타심을 실현하면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 덕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새 길을 떠나며, 출발선에 서서 내 마음이 이기심에서 이타심으로 돌려지는 소망을 품고 태양처럼 밝고, 뜨겁고, 활기차게 달려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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