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년특집] 한국인 마이너리거 4인방 인터뷰 <2>

2013-01-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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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다저스 남태혁 선수

▶ “메이저리그, 꿈의 무대를 향하여”

“후회와 미련 없는 플레이 할 것”
인천 출신 유망주, 지난 시즌 ‘사이클링히트’ 달성


고등학생 신분으로는 최초로 LA 다저스와 계약한 남태혁(21) 선수는 2009년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계약금 50만달러를 받고 미 마이너리그에 진출했다.

제물포고 시절 강타자로 이름을 날린 그는 186cm/95kg의 건장한 체격에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대표적 슬러거’ 라는 평가를 받으며 팀 내 1루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부푼 꿈과 희망도 잠시, 남 선수는 허벅지와 팔꿈치, 뇌진탕 등 잦은 부상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제는 부상의 악재에서 벗어나 진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는 그의 각오와 솔직한 야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미 진출 후 줄곧 부상에 시달렸다. 많이 힘들었을텐데.

A. 미국에 온 첫해 허벅지 부상이 시작돼 뇌진탕, 팔꿈치 등 잦고 굵은 부상들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몸이 아픈 건 물론 성적 부진으로 마음도 괴로웠다. 자신감도 하락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갔고 팀에 한국인이 아무도 없어 더 힘들었다. 영어라는 언어 장벽은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친구와 코치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멘탈 붕괴’라는 말이 딱 그때 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리를 하다 부상이 자주 찾아온 것 같다.

Q. 지금은 괜찮은지, 훈련은 하고 있나.

A. 이제 허벅지 등 다른 부상은 없다. 팔꿈치는 현재 한국에서 재활훈련을 받으며 회복하는 중에 있다. 올 시즌은 훨씬 더 좋아진 모습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재활훈련을 받지 않으면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오프 시즌에 한국에서 훈련할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다. 대부분 자신이 나온 고등학교에서 후배들과 운동을 하거나 지인을 통해 대학 야구팀에 껴서 훈련 받곤 한다.

Q. 지난 시즌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다고 들었다


A. 지난 시즌은 다저스 산하 오그덴 랩터스 팀에서 1루수로 뛰었는데, 밀워키 브루어스 마이너 팀과의 원정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쳤다. 이날 2회 첫 타석에서 2루타, 이후 안타, 홈런, 3루타를 차례로 기록하며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팀에 따르면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 당시 기분은 통쾌했다. 그 동안 마음 고생했던 게 싹 날아가는 느낌이 들면서 정말 뿌듯했다. 또 이곳저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니 “내가 정말 잘했구나” 싶었다.

Q. 류현진의 LA 다저스 진출이 확정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팀 내 한국인이 나 말고도 또 생기게 돼서 기쁘다. 또 다저스가 아시안 선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계기라고 생각한다. 류현진 선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지만 같은 한국인인 나 또한 팀에서 눈길 한번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류현진 선수 뿐 아니라 한용덕 현 한화 이글스 코치도 올 시즌 다저스 마이너리그팀에서 연수를 받으러 오신다고 들었다. 한국인이 2명이나 온다는 사실 만으로도 좋다.

Q. 앞으로의 각오는.

A. 지금까지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너무 스스로가 짓눌렸던 것 같다. 부담, 자신감 하락, 성적 부진이라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 던지고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소극적인 야구는 내가 갖고 있는 장점과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감각을 떨어뜨린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후회와 미련 없는 플레이를 할 것이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경험하고 배운 것을 토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나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에 대한 악플을 볼 때마다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하지만 악플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훨씬 더 힘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를 포함한 마이너리그 한국인 선수들이 미국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드리고 싶다.

<권지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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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태혁 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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