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시차로 하루를 빼앗기고 집에 돌아와 시차 적응으로 하루를 더 빼앗기고 나니 금세 연말이 코앞에 와 있다. 지구 어딘가 에서는 종말론도 이겨낸 터라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되는 거라고 축제도 하는가 보다. 하지만 이렇게 흥분되는 분위기 가운데도 마음에 걸리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와락센터에서 또 다시 새해를 맞게 될 쌍용 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여느 아이들처럼 기대에 부풀어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올해 가을, 스물세번째 희생자가 나온 후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 글로 접했을 뿐인데도 말이다.
불법 시위자의 가족들로 낙인 찍혀 사회의 가장자리로 몰리게 된 가족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세워주지 않는 나라, 회사를 살리고 노동자들과 함께 살 수 있었음에도 하루아침에 해고 노동자가 되어야 했던 아버지들을 “연봉 7,000만원을 받으면서도 불법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로 일방적으로 짓밟는 나라에서 사는 아이들도 희망의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아빠를 짓밟고 때리던 경찰들이 타고 있던 버스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직도 버스를 타지 하는 아이에게도, 허리춤에 항상 장난감 칼을 꽂고 다녀야만 하는 절박한 여섯 살 아이에게도 눈으로 하얗게 덮인 밤 소망을 빌고 잠이 들면 그 소원이 꼭 이루어 질 것이라고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 어른이 멋진 어른이라고 힘을 실어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 커버린 나의 작은 새해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