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6세 경찰관인 로렌 밴스(여)는 현재 5개월째‘집 찾기’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붓고 있다. 그간 오퍼를 무려 13차례나 써 봤지만 번번이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 사이 주택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 이젠 당초보다 규모가 작은 집을 봐야 하는 형편이 됐다. 약 2,800마일 떨어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는 반대현상이다. 아만다, 크리스 딘 부부는 조금 큰 집으로 옮겨가려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보유중인 집을 팔아야 새집 구입 자금이 마련되는데 원하는 가격의 오퍼를 받지 못해 고심 중이다. 주택시장과 관련된 각종 지표는 연일 좋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온통 장밋빛 일색이다. 주택시장이 회복 중이라면 집을 사고파는 활동이 한결 수월해야 할 텐데 주택시장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주택시장이 과연 살아나고 있는 걸까? LA타임스가 주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분화 현상을 심층 분석했다.
모기지 금리 최저·고용개선 등 낙관적 전망
전국적 가격 상승세 불구 지역 편차 심해
재정절벽·깡통주택·매물부족 등 걸림돌로
■전국적으론 회복세, 지역별로는 격차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주택시장 침체 후 6년이나 흐른 뒤에야 차츰 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되는 주택시장 지표들은 모두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 주택시장이 이에 다소 들뜬 분위기다.
S&P 케이스-실러지수가 가장 최근 발표된 주택가격 지표로 밝은 소식을 전달했다. 지수에 따르면 9월 중 전국 20대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도시 중 17곳에서 전년 대비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주택가격이 무려 20%나 오른 피닉스 지역이 전국적인 가격상승을 주도했다.
2년 만에 가장 높은 폭의 오름세로 주택차압이 주춤해진 데 따른 가격 상승인 것으로 분석된다. S&P의 데이빗 블리처 위원장은 “주택가격이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볼 때 주택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 이르다고 경고한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전국적인 현상일 뿐 지역별로 고른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관련 웹사이트 질로우닷컴의 스탠 험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 회복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주택시장을 지역별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 주택시장 침체 정도가 달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회복 속도에도 큰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정절벽’ 우려 등 여전히 불안정한 경제 여건에 의해 주택시장이 다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주택시장 회복을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입장이다.
■2016년까지 연평균 3~7% 상승 전망
질로우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252곳 지역 중 72%가 넘는 183곳에서 주택가격이 이미 바닥을 찍고 상승중이다. 지역별로 가격 상승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가격 하락은 완전히 멈춘 것으로 질로우 측은 진단했다. 반면 나머지 69곳 지역에서는 주택가격 하락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질로우닷컴이 140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주택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2016년 사이 약 15.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시장 조사기관인 존 번스 컨설팅 그룹의 주택가격 전망은 더 높았다. 존 번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이 2016년까지 연 평균 약 5~7%씩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가격 폭등이 시작되기 이전인 1988~2000년 사이 연평균 가격 상승폭인 약 3.65%를 훨씬 웃도는 전망이다.
주택가격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함께 주택시장에는 현재 순풍과 역풍이 동시에 존재중이다. 낮은 이자율 등 최상을 이루고 있는 주택구입 여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고용시장, 탄탄한 주택구입 수요 등은 주택시장 회복을 밀어줄 ‘순풍’ 요소다. 그러나 줄지 않고 있는 깡통주택 비율과 연체율, 매물 부족사태 등은 주택시장 회복을 저해할 ‘역풍’ 요소로 작용할까 우려된다.
■순풍
▲주택 구입 여건 최상
모기지 금리 하락,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주택 구입 여건은 수십년 만에 최상의 조건을 이루고 있다. 질로우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43곳 주요 도시의 주택 구입 능력 지수가 1988년~2000년 대비 약 35% 개선됐다.
주택 보유 관련 비용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인 가구당 모기지 페이먼트 지출 비율은 가구 소득 대비 약 13%로 과거 평균인 20%를 밑돌고 있다. 모기지 페이먼트 비용은 주택가격이 가장 높았던 2006년 약 24%까지 치솟은 바 있다.
주택시장 전망과 관련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주택 구입에 적절한 시기라는 입장을 보였다. 실러 교수는 주택 임대와 비교해 주택 구입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최근 내놓았다.
▲가격 상승세 아직까지는 긍정적
주택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점은 주택시장 회복에 오히려 약이다. 지금 주택을 구입하지 않으면 바닥권 가격을 놓칠 것이라는 인식이 바이어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선더스 투자 전략가는 현재 주택시장이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 상황이 ‘악화’를 멈추고 이제 막 ‘개선’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주택시장이 이같은 변곡점 상황일 때 바이어들의 수요 심리가 크게 자극돼 주택 구입에 대거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시 주춤해지더라도 하락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면 바이어들의 구입 러시가 예상된다. 대형 주택건설 업체 톨브라더스의 마틴 코너 재정책임자는 “주택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소비자들이 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용시장 소폭 개선
지난 10월 실업률이 8% 미만으로 떨어진 점도 주택시장에는 호재다. 2009년 가을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최근 하락세로, 주택시장 수요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정한 소득이 생기면 주택 대출에 대한 연체율이 감소하는 한편 가구 수 증가로까지 이어져 주택 수요를 뒷받침하게 된다.
주택시장 침체와 함께 감소세를 나타냈던 가구 수는 최근 예전 수준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가구 수는 과거 평균의 4분 1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2분의 1 수준까지 다시 회복됐다. 부동산 관련 웹사이트 트룰리아에 따르면 새로 형성된 가구들은 주택 임대에 다서는 세입자 그룹보다는 주로 잠재 주택 구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주택 임대보다는 주택 구입이 유리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을 계획하는 가구 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보드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7%의 응답자가 향후 6개월 내에 주택 구입 계획이 있다고 밝혔는데 2년만에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이다.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가구가 늘고 있는 것은 임대보다 구입이 훨씬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트룰리아에 따르면 전국 100여곳 도시에서 주택 구입 후 7년 이상 거주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주택을 보유하는 비용이 임대비용보다 45%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거품이 가장 심했던 2006년의 경우 임대비용이 13% 낮았던 적이 있었다.
■역풍
주택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반면 앞으로 예상되는 역풍도 만만치 않다. 신중론자들은 주택시장 회복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회복 ‘내구력’에 의심을 품고 있다. 회복 강도가 아직 ‘의심’ 수준이어서 지속을 예측하기 힘들고 외부 충격에 의해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만약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 둔화세와 유럽 재정위기에 영향을 받고 재정절벽, 세금인상 등에 따른 소비자 신뢰가 다시 위축되면 이제 막 회복세로 접어든 주택가격이 재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러 교수는 초근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아직 주택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단언하기 힘들다”라며 “주택시장의 미래에 역풍도 많다”고 지적했다.
▲깡통주택
깡통주택 비율이 여전히 높아 주택시장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시장 분석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약 5,000만채의 주택 중 절반에 가까운 약 45%의 주택 에퀴티가 20%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금 비율이 주택시세의 80%가 넘는다는 설명으로 일반 재융자가 힘들고 집을 팔아도 각종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것 없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만약 집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팔아도 큰 차익이 남지 않으면 굳이 집을 팔려고 하는 주택 소유주는 줄게 된다. 집을 팔지 못하게 되면 집을 사려는 수요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내에서는 첫 주택구입자는 물론 보유중인 집을 팔고 구매하는 재구입자 수요가 주택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재 재구입자 수요는 거의 사라진 상태여서 매물 부족 및 주택 수요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높은 연체율
최근 모기지 연체를 포함한 ‘그림자 재고’ 물량이 감소했다는 희소식이 발표됐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 모기지 연체율은 여전히 높은 편으로 주택시장 회복을 압박하고 있다. 모기지 시장 조사업체 렌더 프로세싱 서비스사에 따르면 지난 9월 모기지가 30일 이상 연체됐거나 차압절차 중인 모기지는 전체의 약 11%로 집계됐다.
플로리다 등 일부 주의 경우 그림자 재고율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플로리다의 그림자 재고 비율은 약 21%, 뉴저지는 16%, 뉴욕과 일리노이주는 약 14%로 각각 조사됐다. 이들 주의 경우 은행이 차압을 실시하려면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차압기간이 그렇지 않은 주보다 길다. 만약 그림자 재고가 차압에 빠지게 되면 그만큼 지역 주택시장 회복시기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미 냉각기로 접어든 지역
최근 급격한 회복세를 보인 지역 중 일부는 열기가 다시 가라앉는 모습이다. 현재까지도 높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전국적 주택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피닉스와 라스베가스, 가주 등에서의 주택 구입 열기가 식고 있다.
차압 매물에 대한 투자 열풍으로 투자자들에 의한 구매활동이 활발했던 피닉스와 라스베가스에서는 주택 매매 차익 폭이 줄어들자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모습이다. 라스베이거스 지역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역 주택가격은 8개월 연속 상승 후 10월에는 제자리 수준을 보였다.
현재까지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중이다. 이미 투자자들에 의한 주택 구매활동이 주춤해진 가운데 주택가격 상승세와 매물 감소현상 등으로 투자자들의 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매물이 없다
올 여름철부터 시작된 ‘매물 품귀’ 현상이 여전히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물은 감소추세여서 원활한 주택거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회복에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 구입에 실패한 구입자들이 주택시장을 떠나는 등 수요 위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리얼터닷컴은 8월 중 전국 146곳 주택시장 가운데 2곳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전달 대비 매물량이 감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