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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장수의 비결

2012-12-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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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전인 ‘서경’의 ‘홍범구주’편에 보면 오복(五福)에 관한 글이 나온다. 첫째는 수(壽), 둘째는 부(富), 셋째는 강령(康寧), 넷째는 유호덕(攸好德),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이다. 수는 오래오래 죽지 않고 천수를 다하는 것, 부는 경제적으로의 풍족, 강령은 건강, 유호덕은 덕을 쌓음, 고종명은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요즘 새로 나온 신오복(新五福)이란 것이 있다.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첫째는 건강, 건(建)이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기에 그렇다. 둘째는 처(妻)나 부(夫)인데 옆에서 끝까지 돌보아줄 수 있는 아내와 남편을 말한다. 셋째가 재(財), 적당한 재산이다. 넷째가 사(事)로 일이다. 다섯째가 붕(朋), 즉 친구다.

‘서경’에서의 첫 번째 복은 장수이지만 신오복엔 첫 번째가 건강이다. 그러나 둘은 서로 같은 맥락에 있다. 장수하려면 먼저 건강해야 하기에 장수와 건강은 서로 뗄 수 없는 사이다. 신오복에 들어 있는 아내와 남편이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것도 큰 복이요 늙어서도 일할 것이 있으면 또한 큰 복이요 친구가 많이 있어도 큰 복에 속한다.


오복중의 첫째와 둘째인 장수하고 건강하려면 어떤 생활을 이어가야 할까. 또 어떤 직업의 사람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며 살아갈까.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가 흥미롭다. 1963년부터 2010년까지 48년간 언론에 난 3,215명의 부음기사와 통계청의 사망통계자료를 분석하여 11개 직업군별 평균수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중 수명이 높은 순으로 종교인 80세, 정치인 75세, 교수 74세, 기업인 73세, 법조인 72세, 고위공직자 71세, 연예인과 예술인 70세, 체육인과 작가 및 언론인이 67세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01-2010년) 평균을 보면 좀 다르다. 종교인이 82세로 가장 높으며 작가 74세, 언론인이 72세로 올라갔고 연예인이 65세로 가장 낮다.

연예인과 종교인과의 수명 차이는 17년이나 된다. 연구팀들이 분석한 종교인(목사·신부·승려)들의 장수 비결 또한 긍정할 만하다. 그들은 신체적으로 규칙적인 활동과 정신수양, 정신적으로 가족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고, 과욕이 없고 사회적으로 절식, 금연, 금주하며 보통사람들과는 상대적으로 환경오염이 적은 곳에서의 생활 등을 꼽았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 다른 데 있지 않다. 종교인들의 생활습성을 따라 산다면 건강과 장수는 보장된다. 종교인들의 생활 패턴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의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정신수양과 규칙적인 생활습관, 욕심을 줄이고 자비와 사랑을 앞세운 용서의 삶과 금주, 금연, 절식의 생활은 바로 건강과 직결되며 장수의 요인이 된다.

‘홍범구주’편의 오복 중 두 가지가 장수와 건강이다. 부와 덕은 건강과 장수의 뒤를 따른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내와 남편도 오복중 하나로 등 긁어주며 서로 의지해 오래 사는 것도 복중의 복이다. 늙어 일감이 있음도 복이다. 종교인들의 장수가 그냥 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리석은 척 사는 것도 건강비결 중 하나다.


<김명욱 뉴욕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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