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휘파람

2012-12-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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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희 수필가

캘리포니아에서 장미꽃을 재배하는 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자기 집 안과 밖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놓고 여러 색깔의 장미꽃을 재배했다. 그런데 그 농부는 집안에서도 휘파람, 집밖에서도 휘파람을 불면서 열심히 일했다.

어느 날 이웃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왔다. 이웃사람이 하루는 농부가 휘파람을 계속 불어대는 것이 너무 궁금하여 물었다.

“왜 당신은 그렇게 휘파람을 불어대는 거죠?”


그러자 그는 이웃사람에게 자기 집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 집에 들어가니 그의 부인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자였다. 농부는 말했다.
“내가 항상 휘파람을 부는 이유는 내가 일 할 때 나의 휘파람 소리를 들어야 이 사람이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죠”

부인에 대한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사랑은 아가페다. 무조건 베푸는 것이다. 악보는 연주되어야 음악이 되고 종은 울려야 종이 된다. 글도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발표해서 좋은 글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사랑은 생명까지 보존하며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 것이다. 만남은 하늘의 인연, 관계는 땅의 인연이 아닌가. 하늘과 땅이 조화를 이루며 제자리를 지킴으로써 아름다운 자연이 있듯이 만남과 관계가 잘 조화 된 사람의 인생은 빛이 나고 아름답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때로 희생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의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랑은 치료제이다. 엄마의 입김이 아기의 아픈 배를 낫게 하고 울음도 그치게 한다. 그것은 물리적인 효과라기보다 사랑의 효력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으로 만난 인연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사랑은 보이지 않는 비밀이다. 우리 인생에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한다. 절대자인 신의 사랑, 부부,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지인과 우정의 사랑 등으로 인생의 고해(苦海)도 주저 없이 지나간다.


자연의 하찮은 풀잎조차도 사랑받기를 좋아한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더욱 사랑받기를 갈구하는 존재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아온 척박한 이민의 삶, 나의 울타리 안만 알고 살았던 삶. 나는 가족이 다 떠난 후 가족 사랑의 중요성을 느꼈다.

가족과 이웃, 아름다운 자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삶의 모든 일들이 행복과 사랑을 만드는 보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왜 이제껏 그걸 모르고 살았던가. 행복의 순간에는 미처 행복을 느끼지도 못하고 사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세모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이웃에는 독거노인 등 외로운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들에게 안부 전화로 사랑의 휘파람을 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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