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의 겨울밤
2012-11-27 (화) 12:00:00
그해 남포동에서 만난 겨울밤은 추웠습니다
좁은 골목 보도블록을 찍어가는
팔짱낀 연인들의 동동 발걸음도 바빴습니다
하얀 입김이 냉기 속에 빨려 갔습니다
모두 자라목이 되어
호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이 꽂고 총총 걸음이었습니다
부산극장 앞
길모퉁이 손수레 연탄불 위에서
밤톨이 툭툭툭 튀며
연기 뿜는 드럼통
그 속에 익는 고구마가
언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잿빛 하늘이
금방 눈을 쏟을 것 같습니다
단풍 든 마른 담쟁이 잎이
담벼락에 엎드려 떨고 있었습니다
길게 늘어 선 자갈치 포장마차의
간드레 불빛아래 모둠지어 놓은
해삼 꼼장어 접시도
추위에 얼었습니다
그래도 소주 잔 부딪치는 소리는 얼지 않았습니다
얼큰한 취기(醉氣)는 언 파도를 타고 영도(影島)로 건너갔습니다
토막 새끼줄에 꿰인 구공탄도 취했는지
주인과 함께 비틀거리며
영도다리를 건너갑니다
벌써 50년 전의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