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주도의 자연과 여고동창회

2012-11-25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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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란 수필가, MD

얼마 전 제주도에서 열린 여고 국제동창회에 다녀왔다. 우리는 마치 오래전 둥지를 떠났던 새끼 참새들이 오랜만에 돌아온 듯 서로 냄새를 맡으며 기웃 거리고 또 지난 얘기들로 바쁘게 짹짹이는 것 같았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모두 자기는 아직 젊고 예쁜 새끼 새로 착각하면서 다른 이들은 얼마나 늙었나 또 변했나 하며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래 떨어져있다 돌아온 옛 둥지는 아직도 따뜻했고 모두들 그것이 신기한 듯 반가워한다. 그 옛날의 꿈과 첫 사랑 그리고 자존심, 오만은 세월 따라 흘려보내고 여기 모두 무장해제한 군인들처럼 편안한 얼굴들로 다가왔다. 오래 잊고 살던 여고시절 벗들의 따스함이 새삼 피부로 전해왔다.
제주도는 오래전 왔던 그곳이 아니고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곳곳의 자연경관들을 위해 관광에 필요한 안내와 교통편도 잘 준비 되어 있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이 그저 아쉬웠다.
동창회는 예정대로 내빈 또 가족들을 모시고 성대히 거행되었으며 가는 곳마다 싱싱한 해물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눈에 뜨이고 왜 그들이 이곳을 좋아 하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사각형과 육각형의 막대기처럼 높이 솟은 화산으로 해서 생긴 해변가에 있는 바위들에 파도가 밀려오는 주상절리는 보는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고 했다. 해녀 박물관, 우리 키 보다 큰 돌들로 만든 끝도 없이 즐비한 500개의 장군 동상들, 집채보다 더 큰 맷돌을 보면서 조상들의 거대함에 새삼 놀란다. 그 옛날부터 여인들이 물질(해녀)로 식량 해결하고 아이들 낳아 기르고 식사준비에 빨래도 했다는데 그러면 남자는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지진이 나서 생긴 땅 밑은 마치 숯과 같이 물을 흡수하고 서서히 뱉어내어 물이 한곳에 머물지 못해 논농사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 대신 이렇게 땅의 숯에 걸러진 흐르는 물들은 한국에서 파는 병의 물로 제일 비싼 제일 깨끗하고 미네랄이 듬뿍 들은 물이라고 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수수와 팥으로 만든 오메기 떡(친구가 오메가에서 점 하나 뺀 이름이라고)이 지금 생각만 하는데도 군침이 절로 돈다. 혼저 옵소예(어서오세요), 재기재기(빨리빨리)등의 제주도 사투리도 들려온다. 옛날 한라산 백록담에 흰 사슴의 피를 구할 수 없어 연못물로 어머니를 살렸다는 전설의 하얀 사슴 연못(백록담)이 있고 실제로 하얀 사슴만 키우는 농장도 있었다.
어떤 예술인들은 경치에 매료해 아예 이곳으로 둥지를 옮긴다고도 한다. 암에 좋다는 영지버섯이 많이 난다는 이곳,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일본 사람들이 경영이 어렵다는 제주도 기념관을 자기들이 관리 하겠다고 나섰다니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아직도 개발할 곳이 너무 많고 어떤 곳은 운영에도 난점이 있다고 한다. 바라건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으면 하고 바라며 국민들 모두와 혹시 전에 제주도를 개발하면서 이익을 보신 재벌가나 정치인들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이곳을 도울 수 있는 필요한 시기이니 부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 주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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