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우기 아트 원장)
76명의 노벨과학자를 배출한 천재 과학자들이 다니는 대학교라는 대명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다져오고 있는 MIT에 미술학과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래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응한다. 더불어 미국 최초로 건축학과가 설립된 대학이라고 하면 "진짜요?"라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뿐만 아니라 피카소(Pablo Picasso), 알렉산더 칼도(Alexander Calder), 헨리 무어(Henry Moore), MIT 출신 건축가, 아이.엠. 페이(I.M. Pei) 등 무려 거장 91명의 공공 미술작품(Public Art)을 미국내 캠퍼스에서 가장 많이 전시하고 있는 대학이라면 MIT의 교육철학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할 것이다.
1861년에 윌리암 바톤 로저스(William Barton Rogers)에 의해 설립된 MIT는 현재 6개 단과대학에 30개 이상의 학과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4,384명의 학부생과 6,510명의 대학원생이 재학하고 있다. 올해 2012년 합격률 9.7%이란 높은 입학 경쟁률을 보였던 MIT는 전자공학, 전기, 컴퓨터공학, 재료, 기계, 항공우주공학 등의 세계 최우수 대학(원)으로 손꼽히지만 1980년대 이후에 인문, 사회과학 학부 육성에도 힘써 음악, 철학, 경제학, 비즈니스, 미술을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특히 인문학중 비즈니스, 정치학, 언어학, 사회학, 건축 등의 전공도 미국에서 톱 랭킹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거의 모든 전공이 유명하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병원과 연구소 등 대부분의 모든 건물들은 세련되게 깨끗이 정돈돼 있다. 그런 MIT 현대 건물들 사이에 가끔씩 우리의 시선과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거대한 조각품과 같은 독특한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이런 독특한 건축물과 유명작가의 조각 작품이 오버랩 되면서 그 위에 과학과 예술이 교차하고 조화를 이루는 MIT의 개성 있는 캠퍼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 숲처럼 느껴진다.
MIT의 건축·미술대학이 다른 미술대학과 크게 다른 점은 많은 리서치에 기초하고 있다. 즉 하나의 미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의 철학, 리서치, 심도 깊은 생각, 아이디어, 차원 높은 프로듀스(작품) 등을 강조하며 지도한다. 특히 심도 깊은 생각과 아이디어란 전시장에 작품을 멋있게 설치하기 위함이 아니고 대형건물 로비를 화려하게 장식하겠다는 것도 아닌 바로 포부가 담긴 야망의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이다. 차원 높은 작품이라는 것도 우리에게 익숙한 페인팅이나 드로잉이 아닌 그 이상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작품을 말한다.
한 예로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작품이 소개됐고 현재 메트로폴리탄 아트 뮤지엄 옥상에서 전시하고 있는 인스톨레이션의 거물작가 Saraceno의 작품을 보면 혼자만의 힘으로 만든 작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의 ‘Cloud City’라는 작품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MIT 과학자 및 건축가들과 함께 많은 전문적인 리서치를 통해 협업관계 아래 만든 life levitation을 기초로 한 작품이다.
역시 MIT 특성답게 공과대학뿐만 아니라 미술전공에서도 대학교수의 작품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수업한다는 것도 또 다른 점이다. 또 다른 예로는 몇 년 전에 일본에서 일어난 쓰나미 지진 때 MIT 학생들은 교수들과 지진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리서치하면서 당장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를 어떻게 도우며 이에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두 차례나 방문했다.
비슷한 예로는 MIT 건축전공을 한 Runo Okiomah는 졸업작품으로 케냐의 가난한 농부를 위해 ‘Maa Bara: Water Farm’란 최소한의 폐기물로 폐 루프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을 만들었다. 즉 주방 쓰레기 등을 이용해 신선한 생선과 야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는데 특히 야채심기를 계단식 형태의 건축물로 지어 적은 공간에 많은 농작물이 자랄 수 있게 했다. 매년 1,050마리의 생선과 4,200개의 야채를 재배할 수 있으며 이는 5명의 식구가 매일 3개의 생선과 12개의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결과적으로 기아에 굶주린 아프리카 주민들의 식생활에 크게 공헌을 하였다.
그렇듯이 MIT의 미술대학은 단순히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가 아닌 "미술. 건축. 음악 등을 통해 배운 나의 지식으로 나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의 작품을 이용해 어떻게 보다 나은 지역사회와 세상으로 바꿀 것인가?"라는 등 우리가 수백 년 동안 생각해왔던 미술이란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가르친다. 미술론이란 교과는 신이 아닌 인간중심의 인문주의 정신에 바탕을 둔 르네상스철학에서 출발했고 시간이 흘러 산업혁명 이후에 기술문명이 역사발전을 이루면서 곳곳마다 공장이 들어서고 대량생산이 이뤄지자 이런 제품을 제대로 마케팅 할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는 세상으로 바뀌면서 미술전문 대학이나 기관이 생겨났게 됐다.
세련되고 과학적인 디자인은 우리의 세상을 편하게 만들었고 미술과 디자인 분야는 전문인으로 분류되면서 미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산업사회가 대두되면서 인간소외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되고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겪은 고통과 인간성 상실이 되어갈 때 포스트 모더니즘이 생겨나면서 개념미술의 작가, 마샬 듀샹은 남성용 소변 변기를 갤러리에 버젓이 전시해 기존의 미술을 공격했고 로버트 스미스는 마이애미에 있는 섬 하나를 핑크색으로 둘러쌓아 거대한 스케일로 충격을 주었으며 알렉산드라 퀸은 자신의 피를 모아서 얼굴 형상의 조각품을 만든 작품을 런던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에 전시하는 등 많은 혁신을 불러일으킨 작가들이 수도 없이 탄생하면서 작가들은 우리를 즐겁게 했고 인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사실 지역사회를 위한 작품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MIT는 ‘Art, Technology & Community’란 전공 타이틀답게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면서 500년 전의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에 기초한 이 세상에 우리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작가를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 MIT 미술교육의 철학이다. MIT 미술 대학원에서는 매년 5~6명만 입학시키고 있다.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미술대학 건물에 대학원생이 현재 총 11명이다. 한 가지 전공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과를 자유롭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학부 대학생들은 전공도 아주 다양하다. MIT의 모든 학부학생들은 8개 코스 중에서 휴머니티와 미술을 필수 수강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미술이 좋아서 미술로 전과한 학생도 있고 생물학을 하면서 부전공으로 미술을 선택한 학생들도 있다.
하버드 대학, 건축 디자인 대학원과 함께 조인트 프로그램도 있고 4개의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작품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구비, 인력, 예산, 연구내용 등에 관한 그랜트를 Kennedy Center Internship Program, Kelly-Douglas Fund(HASS), Council for the Arts Grants, Princes Grace Foundation-USA 등 9개의 기관들과 직접 연결해 작품이 완성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MIT 대학에서 코넬대학을 제외한 모든 아이비리그 대학과 같이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하더라도 따로 심사대상으로 고려하지는 않는다. 대학원 지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추가로 포트폴리오를 넣을 수는 있다. 실제로 70% 이상의 학생들이 미술 포트폴리오 작품을 보낸다. 작품에는 넓은 생각, 시각문제 해결능력이 보이는 작품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높은 학과목평점(GPA), SAT 성적, 3개의 추천서, MIT를 지원하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에세이도 아주 중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글로벌 리더의 작가가가 되고 싶다면 MIT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자세한 입학정보는 담당자(Communication Manager, Arts at MIT) Leah Talatinian에서 전자우편(leaht@mit.edu)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