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주(뉴욕주 교육국 이중언어부 컨설턴트)
뉴욕한인교사회는 1992년 4명의 교사들로 시작됐다. 당시 교사회는 아주 분명한 목적을 갖고 출범했다. 바로 뉴욕 지역으로 이민 오는 한인 가정의 학생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키도록 최대한 돕는다는 것이다. 교사회가 도운 한인학생들이 성공적으로 미국사회에 정착하도록 미국이 소수민족에게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찾아 최대한 도움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 당시 교사회가 이루고자 하는 바였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사회는 많은 변화를 거쳤고 뉴욕 한인 교육계도 큰 변화가 있었다. 상당수 한인 교사들의 교육계 진출은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또한 미국에 이민 오는 한인이 점차 줄어들고 뉴욕시가 아닌 교외로 곧장 정착하는 한인 이민가정의 증가로 인해 이중 언어 교사의 노력을 한인 학생에게만 집중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졌습니다. 실제로 현재 한인 학생만 담당하는 한인 교사는 없다.
교사회 역사가 20년이 지난 오늘날 1세 한인교사들은 과거를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역할을 고민해오고 있다. 이에 교사회가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고 한인사회 발전에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 아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①교사회 설립 원년인 1992년과 비교하면 요즘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한인부모는 크게 줄었지만 매스미디어의 보도와 실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어린 자녀들을 혼자 놓아두고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 한인 부모들은 여전히 많다.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들은 ‘Regular Track Student’로 취급돼 이중 언어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와 자녀의 소통이 부족한 가정이 많아 미래를 생각하더라도 이는 한인 교사들이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②현재 전국적으로 강조하는 공동핵심 교과과정 기준에 따르면 학생들의 교육목적과 교사들의 교육지침은 대학교 공부 준비와 취업 준비다. 자녀들의 장래 취업은 현재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역에서 일어나는 산업구조의 변화, 즉 생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에 따르는 노동 체계의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점차 다민족·다문화의 사회로 변하는 미국 사회에서 한인 이민과 출산율 감소가 한인들의 취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 올 것인가를 연구하고 예측해 주는 씽크탱크 타입의 연구 기관이 필요하다. 이에 교사회는 그러한 연구기관과 긴밀한 연계를 갖고 학부모 강좌를 계속하고자 한다.
③많은 학자들은 이민자들이 주류사회에 합류(incorporation)하는 과정을 연구 발표하고 있다. 학자들은 몇 단계의 합류 및 동화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음식과 풍습을 소개하고 전통을 자랑하는 잔치를 하며 차차 주류사회의 언어와 문화를 익혀 가는 것이 우선적인 발걸음이라는 것. 그리고는 주류사회 구조에 흡수돼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약하고 더 한 발 나아가서 소수민 또는 이민자가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주류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뉴욕에 히스패닉계 문화와 언어는 이미 상당히 정착됐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이원언어를 포함한 이중 언어, 모국어, 외국어 프로그램도 아주 많다. 뉴욕시에는 서반아어 프로그램 이외 여러 다른 언어 프로그램도 있다.
이중 한인의 모델로 삼고 싶은 학교를 소개하자면 1988년 문을 연 스태튼 아일랜드 텍으로 현재 최고의 과학·기술 교육을 실시하는 뉴욕시 특목고 중 하나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러시아어 수강생이 1,000명이 넘는다. 2003년 문을 연 이원언어 아시안학 고교도 우수한 중국어 학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 한인사회는 오랫동안 여러 면으로 자녀교육에 관심을 보여줬고 학생들이 재학하는 학교에도 많은 협조를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지역에서 한영 이원언어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는 플러싱의 PS 32 초등학교 단 한 곳뿐이다. 명문대학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는 한인 2세가 많고 뉴욕시에 맞춤형 교과 과정을 철저히 이수한 뉴욕주 및 시립대학 졸업생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소규모 학교 신설 붐에 발맞춰 교사회는 이처럼 훌륭한 교육을 받은 한인 중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필수 교과과정으로 제공하는 학교를 세우겠다는 젊은이들과도 함께 일하고 싶다. 한인사회가 지닌 리소스를 교사회를 통해 아낌없이 제공해 최고의 학교를 만들고 싶고 이러한 야심을 가진 한인 젊은이들의 문의도 환영한다.
앞서 지난달 LA의 여러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계 교장의 지도하에 한국학교처럼 편한 분위기속에서 열정적으로 가르치시는 많은 한인 교사들과 더불어 생기에 가득 찬 한국계와 비한국계 학생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앞으로는 이곳 뉴욕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목표를 갖고 한인들과 협력하길 바라며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도 호소하고자 한다. 이것이 1세 한인교사들이 꿈꾸는 비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