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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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NJ 드와잇고교 10학년 이화영 양

2012-11-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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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드레스 디자이너 베라 왕은 아시안이 성공하기 힘든 미 패션계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디자이너예요. 장차 그녀처럼 세상의 모든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뉴저지 잉글우드 소재 드와잇 고교 10학년에 재학중인 이화영(미국명 올리비아)양은 중학교시절부터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니거나 부모님의 옷을 직접 매치해 줄 만큼 타고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이 양은 또래 여학생들처럼 졸업식, 생일파티 등의 행사에 입고 갈 의상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조르지 않는다. 직접 디자인을 하고 옷감을 구해 재봉틀에 앉아 박음질을 하며 옷을 만들어 입는다. 이런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미 최대 의류업체 ‘갭’(GAP)에 2013년도 인턴 학생으로 발탁되기도 한 이 양은 이미 4살 때부터 미술적 재능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유치원에서 그림 수업을 받을 때면 여느 아이들이 20분 만에 ‘뚝딱’하고 그림을 그려낼 때, 보통 1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그림을 공들여 그리곤 했다. 당시 이 양을 지도했던 선생님들은 4살 아이의 정교한 그림에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곤 했단는 게 이 양 부모님의 설명이다.이 양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말없이 그림만 그리는 딸이 걱정스러워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의사의 대답은 이 양이 오히려 평균 또래 보다 4~5세 이상을 웃도는 지능과 고도의 관찰력을 지니고 있어 말수가 적다는 것이었다.


딸이 보통 아이들처럼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를 바랐던 어머니는 그녀를 한국전통무용단에 보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바람처럼 이양은 ‘청사초롱’ 무용단에서 한국무용을 배우며 점점 활달한 성격이 되어갔으며 무용에도 두각을 나타내 전미 한국국악대잔치에서 단체무용으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보다 집중력이 높아 한 분야에 깊이 빠져드는 이 양은 10세 때에 오빠를 따라 갔다가 테니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다소 깡마른 체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거듭해 결국 오빠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춰 올해 잉글우드 지역 ‘세컨 더블’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시작을 하면 끝을 내고야 마는 이 양은 테니스 선수로의 꿈을 펼치고 싶어 플로리다로 유학을 보내달라며 부모님을 졸랐다고. 하지만 딸이 장차 힘든 운동선수의 길을 걷는 것이 못내 걱정스러웠던 부모님들은 끝내 그녀의 청을 들어 주지 않았다.
결국 또 다시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과 드로잉 펜슬을 집어든 이 양은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무용을 배우며 갈고 닦았던 감정 표현력과 운동선수로서의 투지와 끈기, 어린 시절 남달랐던 관찰력 등은 그녀를 디자이너로 대성할 수 있는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놓았다. 공부 잘하던 한 살 터울 오빠 인교군을 닮아 학과 공부 역시 게을리 하지 않아 전 과목 평균 A이상을 받아 로드 아일랜드나 파슨스 디자인 스쿨 진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장차 베라 왕을 능가하는 최고의 아시안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 양은 와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이수필 씨와 이말필 의 차녀이다.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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