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을에는

2012-10-3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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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귀순 워싱턴문인회

높은 구름 가까이 서성이는
어미 새를 따라 너댓 마리 새끼들
구름 속으로 숨어버릴 듯
비상삼매경에 들었네
가을에는 새들도 길을 잃고 싶은 것

몇 번쯤 길을 잃어도 좋겠네, 가을에는
잃어버린 길에서 더 잃어도 좋겠네, 가을에는
떠나는 것들에 젖은 눈길도 주고
붉게 익은 열매의 둥근 집 기웃거리기도 하고
제 잎 다 내려놓은 자작나무 아래
쌓인 낙엽 덮고 누워
빈 가지가 허공에 무슨 말 거는지도 엿들어보고
술렁이며 흘러가는 시냇물 이야기도 짚어보고

문득 내 상처는 여전한지 궁금해 하다가
상처도 여문다는 것을
여물고 만다는 것을
굳이 불러내지 않아도 알게 되네
가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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