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에 작은 텃밭이 있다. 방울토마토, 오이와 고추, 호박과 가지, 깻잎 등을 심어 놓았는데 가장 효녀 노릇 하는 것은 오이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텃밭으로 가서 싱싱한 오이 하나를 따서 숭덩숭덩 썰어 고구마 아니면 식빵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울토마토도 몇 개씩 아침상에 올라 왔었다.
양쪽 이웃집의 커다란 나무들에 가려 하루에 불과 몇 시간씩 밖에 햇빛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른 채소들은 잘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깻잎과 오이는 잘 자라 우리 집 식탁에 자연식 야채를 풍성하게 제공해준다.
자연의 힘이란 참으로 신비로워서 물만 열심히 주었는데도 햇빛을 받고 잘도 자라주었다. 그 작은 씨에서 싹을 틔우고 잎이 나오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고 경이로울 뿐이다.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다. 텃밭에 몇 개 남지 않은 오이와 누렇게 변해가는 깻잎을 바라보며 그동안 건강식을 제공해주어 고마웠노라고, 내년에도 씨를 뿌리고 기다릴 것이며 열심히 물을 줄테니 다시 만나자고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