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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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한인 2·3세가 반가와 하는 강남 스타일

2012-10-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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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할렘 PS 57 초·중학교 과학교사)

"엄마, 엄마, Guess What?" 내 딸이 아주 흥분된 표정으로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침을 튀겨가며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오늘 체육시간에 ‘강남 스타일’ 음악이 나와 친구들과 교사들이 신나게 그 음악에 맞춰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덩달아 옆에 있던 쌍둥이 여동생도 자신도 음악시간에 강남 스타일 음악이 나와 아주 신나게 연주했다며 한마디 보탰다. 쌍둥이 딸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이다. 이들이 이렇게 신나게 한국인이 창작한 ‘강남스타일’에 이토록 흥분할 줄 미처 몰랐다.

문득 예전에 ‘마카레나(Macarena)’ 춤이 열풍이던 시절이 생각났다. 당시는 내가 10대였을 때였다. 세월이 흘러 2012년도인 지금은 ‘강남스타일’이 한인 2·3세에게 ‘음악의 영웅’이 된 셈이다.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서 한인 2·3세들도 이 음악에 대해 깊은 인정과 감동을 함께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주 따뜻해진다.
소위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는 외국의 음악과 문화를 선호하고 여기 미국이나 해외에서는 한국의 ‘한류’에 열풍이 부는 것을 이르는 말일까? 먼 곳에 있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커져가는 그리움의 정서인가? 아니면 그저 유행을 따라 흥겨운 것일까? 아마도 조금씩 다 포함된 것 같다.


세상에는 아름다움이 많다. 함께 음악을 즐기면서 동감하는 것도 한 가지의 행복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산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사랑하는 자식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포옹하는 것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행복들이다. 우린 이렇게 일상에서 아주 소박한 것들로도 행복할 수 있다.

수억의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어느 명품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어느 명예와 위치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남스타일’이란 음악을 듣는 소박한 것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교육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 영어, 수학, 과학 등… 하지만 난 딸들에게 그리고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싶다. 인성교육을 잘 하려면 우선 내 자신부터 교육이 잘 돼 있어야 한다. 때문에 난 늘 내게 기쁨과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싶어 하고 내게 쓴맛과 더러운 배신감 같은 맛을 주는 사람은 가능한 멀리하려 한다.

요즘도 내 딸들은 ‘강남스타일’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집에서도 온통 ‘강남스타일’ 포스터와 티셔츠, 광고지 등으로 둘러싸여있다. 심지어 전화 링톤까지도 ‘강남스타일’로 만들어 놓은 내 딸을 보면 이러한 열풍이 참으로 보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되면서 동시에 내 딸들이 더욱더 사랑스럽고 대견해진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민족성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민족의 얼과 음악과 문화를 충분히 존경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돼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의 첫 교사로서 어떤 인성교육을 시키고 있나 되돌아봐야 한다. 초창기 한인 이민자 가정 중에 일부는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이들로부터 그러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는 고백을 자주 듣곤 한다. 행여 지금도 자녀들 앞에서 한국적인 것을 거부하고 미국적인 것만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부모의 행동과 생각을 자녀 앞에서 정당화시키지는 않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부모로서, 그리고 한인 2·3세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 또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억지로 이 아이들에게 "넌 한국인이야! 엄마 말 명심해!"라고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들이 될 수 있으면 많은 문화를 접하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차별하지 않고 수많은 다인종과 교류하도록 하고 부모 역시 다인종 부모들과 어울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눈으로 보고 좋은 것은 솔직히 좋다고 표현하도록 훈련시키고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이해하면서 결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 쌍둥이 딸들이 자신들의 학교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버지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자메이카 여인인데 친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엄마와 늘 주말에 양아버지를 만나러 간다고 한다.양아버지는 친 아버지도 아닌데 이 아이들과 주말마다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 딸들에게 "그 아이만 좋다면 우리 집으로 초대해 함께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자. 그리고 그 친구와 플러싱 한인타운에 함께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며 좋아했다.

이 아이처럼 잃어버린 ‘강남스타일’을 찾아주는 것도 2·3세를 키우는 부모가 할 일인 것 같다. 난 조만간 한국인의 성을 가진 이 아이와 내 쌍둥이 딸들의 손을 함께 잡고 칼국수와 된장찌개를 먹으러 플러싱 한인타운에 놀러갈 것이다. 이것이 나의 ‘강남스타일’ 아니면 플러싱 스타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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