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와 재생 타이어

2012-10-15 (월)
크게 작게
은퇴를 뜻하는 영어 ‘리타이어(Retire)’는 응급시 생명소생에 쓰는 말로, 재생 또는 부활의 뜻을 갖고 있는 ‘Resuscitation’과 자동차 타이어(Tire)가 합쳐져서 나온 ‘재생 타이어’를 의미한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실제 나이와 건강 나이가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65세만 되면 많은 이들이 마치 바람 빠진 낡은 타이어 같이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늙은이 취급을 받았다. 실제로 25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60세 환갑까지만 건강해도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서 크게 환갑잔치를 했었다. 그러나 요즘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60은 노년이 아닌 장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리타이어’도 65세가 되면 우리 몸도 다시 바람을 더 집어넣고 다듬어 리모델링하고 재정비해서 남은 인생을 더 보람 있고 건강하게 살아 보자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일본에서는 90대의 노인들 여러 명이 책을 출간했고 어떤 노인들은 직장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우리 약국 근처 세이프웨이에도 86세의 미국 할머니가 계산대 앞에서 매일 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내가 아는 한 미국 노인은 실제 나이가 75세인데 하도 젊어 보여 상대방이 60세라고 하면 정색을 하면서 “내 나이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시치미를 떼며 즐거워한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 하다고 했던가.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서 건강한 60대는 마치 옛날 40대나 50대처럼 에너지가 넘쳐서 아직도 직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움직이고 일할 수 있는데 일찍 리타이어 해서 왜 에너지를 낭비하느냐”고 한다.

한국에서도 2000년도에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였는데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정부는 우선 노인이라는 말의 개념부터 바꾸어 정년 나이를 65세에서 70세로, 또 후에 서서히 75세로 바꾸어 가려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 은퇴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병고(病苦-질병의 고통), 무위고(無爲苦-할일이 없는 고통), 고독고(孤獨苦-고독의 고통), 무전고(無錢苦-돈이 없는 고통)라고 한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니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우선 긍정적인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둘째는 건강한 식사인데 고단백질 저칼로리에 초점을 두고 식사는 항상 조금 모자란 듯 해야 한다. 셋째는 육체의 건강을 위해 정기적인 운동을 하는 것으로 이런 것들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이제 날 낳으신 분은 멀리 가시고 형제자매는 그저 마음의 울타리일뿐 또 자식들마저도 모두 품 안에서 서서히 빠져 나간다. 그렇다고 은퇴가 인생의 황혼은 아니며 그저 세월이 지나 인생의 가을쯤에 왔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하겠다.

바쁜 세월 속에 달려오면서 망가진 몸을 재정비하고 리모델링해서 가끔 행복의 바람도 채워 넣어가면서 남은 생을 더 행복하고 보람되게 살아야 겠다.


<이혜란 수필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