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행지에서 받은 돈

2012-10-13 (토)
크게 작게

▶ 단상

▶ 서효원 / LA

나는 거지에게 돈을 주어본 적도 있고 내가 거지가 되어 돈을 받아본 적도 있다. 내가 거지에게 돈을 주는 경우는 대개 요청을 받았을 때다 그러나 내가 돈을 받았을 때는 요청없이 받았다.

나는 지금까지 50개국을 여행했다. 여행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강도를 당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일단 목적지의 유스호스텔에 도착하면 배낭을 벗어놓고 허름한 옷을 입고 마켓 비닐봉지를 들고 다닌다.

쿠바에 갔을 때였다. 거기에는 호두나무 비슷한 나무가 지천으로 있어서 돌로 껍질을 깨면 속에서 고소한 열매가 나온다. 어느날 어느 건물 밑에 주저앉아서 이 작업을 하고 있는 데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뚝 떨어진다. 돈을 조그만 돌에 감싸서 누군가 떨어뜨린 것이다. 위를 쳐다보니 어떤 사람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온두라스에 갔을 때다. 지치고 다리 아플 때 남미처럼 좋은 곳이 없다. 아무 성당에나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잘 수 있다. 얼마쯤 잤을까, 성당에 사람이 가득차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음악이 좋아서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난 후 사람들이 옆의 사람들과 포옹을 했다. 어떤 중년 신사가 나를 껴안더니 손에 무언가를 쥐어 준다. 손을 펴보니 돈이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