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중개업이다. 중개업 중에서도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 누구나 집을 사고 팔거나 임대할 때 찾는 곳이 부동산 중개업소다. 부동산 중개인들과 관련해서는 흔히 화려한 면만 강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려한 복장에 근사한 차량을 몰며 고객들에게 집을 보여주며 원하는 시간에만 일을 하며 큰 수입을 올리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인들의 내면을 살펴보면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중개업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를 겪으며 중개인들의 평균 소득은 감소한 반면 스트레스 수치는 높아졌다. 부동산 중개인들의 화려한 외관과 달리 속으로만 겪어야만 하는 고충들을 들어본다.
집값 하락·거래감소에 수입‘뚝’
늘 스트레스… 자살률 평균의 1.4배
강력범죄의 표적되는 위험도
◇스트레스 피할 수 없는 직업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기를 꿈꾼다면 직업 특성상 피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하는 직업임을 알고 도전해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은 자영업이면서도 다른 업종과 달리 전적으로 수수료에 소득을 의존해야 하는 직업. 직장 근무자가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고 기타 자영업자는 운영하는 사업을 통해 일정 소득을 올리는 반면 부동산 중개인은 건당 수수료를 받아 생활을 유지한다.
금액 규모가 큰 거래를 마치면 높은 금액의 수수료를 대가로 지불 받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의 특성이다. 따라서 거래가 일단 시작되면 정해진 기한 내에 거래를 원만하게 마치기 위한 부동산 중개인들의 스트레스 수치는 무제한으로 상승하게 마련이다. 잘 진행되던 거래가 중도에 무산되면 중개인은 물론 중개인의 부양 가족마저도 피해자로 전락한다.
부동산 중개업이 자영업이라는 특성상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직장 근무자와 달리 건강보험이나 은퇴연금 등은 전액 본인 부담으로 지불해야 한다. 근무 시간이 유동적일 것이라는 시선과 달리 퇴근 후 시간대나 주말 시간대에 고객과 만나야 하는 것도 부동산 중개인들에게는 스트레스 요소 중 하나다. 불행한 통계 가운데 하나지만 고스트레스라는 이유로 부동산 중개인들의 자살률이 평균보다 약 1.38배나 높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 주택 가격 하락 직격탄 맞아
주택시장 침체의 피해자는 주택 소유자뿐만 아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중개인들의 소득도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수수료 금액이 주택 매매 대금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연간 약 5만2,200달러 수준이던 중개인들의 중간 소득은 2010년 3만4,100달러로 뚝 떨어졌다.
웬만한 대학 졸업자의 초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중개인의 절반은 이 수준의 소득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집계다. 하락일로였던 부동산 중개인들의 연간 소득은 지난해 조금 만회됐는데 연간 약 800달러 오르는데 그쳤다.
◇ 최근 스트레스 더욱 가중
주택시장 침체를 겪으며 부동산 중개인들의 스트레스는 최고치에 다달았다. 우선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소득 감소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중개인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S&P 케이스 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전국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2006년 최고가 대비 현재 약 34%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중개인들의 주소득원인 수수료가 주택가격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 소득 하락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소득이 감소한 것은 둘째 치고 부동산 중개인들의 사업 환경도 열악해졌다. 중개인 업무의 핵심이 바이어와 셀러간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인데 주택시장 침체기를 거치면서 양측의 간극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비현실적인 가격에 집을 팔아달라고 요청하는 셀러와 바닥권 가격에 집을 사려는 바이어의 입장차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 각종 범죄 대상
부동산 중개업이 위험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반인은 드물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중개인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이 늘고 있어 위험한 직업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연방 노동청에 따르면 2010년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의 직업과 관련된 사망이 총 63명이었는데 이들 중 23명은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인들이 살인사건에 노출되기 쉬운 이유 역시 직업 특성과 관련이 있다. 상대방의 신분에 상관없이 요청에 의해 집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늦은 시간대에 빈집을 보여줘야 하는 여성 중개인들은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중개인을 대상으로 흔히 저질러지는 범죄는 강절도, 폭행, 성폭행은 물론 살인까지 이어졌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