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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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고독

2012-09-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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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이상한 세상이 되어간다. 길가는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고 혼자 웃고 손짓까지 하며 대화하는 장면을 어디에서나 본다. 또 힙합가수처럼 온 몸을 흔들며 랩을 중얼거리고 혼잡한 길거리에서 마치 유리로 된 돔 안에 있는 듯 주위와 단절되어 걷고 있다. 혼자서 게임에 열중한다거나 i패드를 또는 e-북을 읽고 있는 그들은 전자기기가 절친한 친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된다.

이것이 디지털시대의 실존이고 앞으로 더욱 단절과 소외로 세포 분열되어서 개인, 고독이라는 무드가 일상화될 것 같다.

퍼즐처럼 조각난 현대인의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능적 우정과 계산의 비인간성이 뒤범벅된 사회에서, 오히려 신뢰가 가는 것은 상식과 지식과 뉴스를 갖춘 기계인 것 같다. 거기에 변화라는 테제베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의 고독과 소외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광속 시대의 격류 속에서 아날로그시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이탈감과 상실감에 젖는다. 현재 가지고 있는 디지털 기기도 사용이 어려운 그들에게 계속 나오는 새로운 첨단 기기는 두려움 그 자체이다.

자동화와 효율성과 신속성을 가진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현대는 범지구적으로 개방된 경쟁사회이다. 시대에 뒤쳐진 사람들은 그늘에서 고립과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디지털의 개념이 현대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아날로그 세상은 점점 쇠퇴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기기가 가장 발달하고 가장 많이 유통되는 ‘모던 한국’에서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노인자살률은 미국이나 일본의 4-5배가 된다고 한다. 급속한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성은 메마르고 이해와 배려가 사라지고 있다. 빠른 결정과 단문의 삭막한 문화 속에서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고 여기에 빈곤과 질병이 겹치면 소외감과 고독이 우울증으로 또 자살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인류가 문명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집안을 가득 채우며 지혜의 저장소 같았던 책들은 ‘e-북`으로 바뀌어 수천 권이 손톱만한 메모리칩에 저장된다. 20세기 중반까지의 모더니즘 문학사상의 흐름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유도했던 보르헤스가 그의 전반생을 몰두해서 읽었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은 창간 244년 만에 출판을 중지했다.

이제는 전자책과 전자신문, 전자뉴스, 전자소통, 전자기기의 시대이다. 디지털 사회 속에서 인간과 인간의 정서적, 언어적, 피부적 소통은 점점 단절되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은 주객전도를 유발해서 인간성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페이스북만 열어보면 시공을 넘어서 바로 접속이 되고 이메일로 간단하게 근황을 알릴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활과 감정을 기계적 수치로만 카운트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감성의 존재이므로 아무리 초 첨단 우주시대에 산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익숙한 아날로그를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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