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문도 모르고 해명할 틈도 없이 당해 심각한 피해
퀸즈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L모군은 개학한지 1개월도 안돼 벌써부터 학교 가기가 싫어졌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다른 학생과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는데, 이후 상대방의 또래 학생들이 수개월째 L군의 페이스북과 트윗에 온갖 협박성 메시지와 욕설로 도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의 협박과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이른바 ‘사이버 왕따’(cyber-bullying)였다.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오히려 일을 키울까봐 망설이고 있다. L군은 “학교에서 별로 친구가 없고 인터넷이 유일한 친구들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왕따를 당하고 나니 그마저 싫다.”며 괴로워하고 있다.
사이버 왕따 현상이 미 학생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시달리는 한인 청소년들의 피해 사례도 빠르고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이버 왕따는 주로 중·고등학생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소셜 네트워킹사이트나 셀폰 텍스트, 이메일 등을 통해 특정 학생을 타깃으로 온갖 험담을 하며 ‘왕따’시키는 현상을 지칭한다. 문제는 이런 도구들은 한 순간에 엄청난 수의 학생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해명기회 조차 얻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실제 퀸즈의 또다른 고교에 재학 중인 K군은 같은 반 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거짓말 때문에 절도 용의자로 몰렸던 경험을 갖고 있다. 몇몇 동급생들이 익명으로 클래스에서 발생한 절도사건 범인으로 자신을 지목하면서 결국 학교당국의 조사까지 받는 억울함에 처해졌다가 실제 범인이 뒤늦게 적발되면서 간신히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사이버불링연구센터가 최근 10~18세 청소년 4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20.8%가 사이버 괴롭힘의 희생자가 되거나 이에 가담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관련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수치는 실제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사이버 왕따’로 인한 피해사례가 늘면서, 정부 당국들도 그대로 방치해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뉴욕주는 지난 7월 ‘사이버 왕따 금지법’<본보 7월10일자 A2면>을 제정하고 내년 7월1일부터 발효시키기로 했다. 이 법은 학교내는 물론 이메일, 즉석 메시지, 소셜 미디어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협박, 조롱 등을 모두 금지한 것으로 정신건강 및 신변안전에 위협이 우려되는 모든 왕따 신고에 대해 학교의 즉각적인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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