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금융위기속 자본금 반토막…속타는 투자자

2012-09-1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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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진단-한인은행의 현주소 시리즈

금융위기의 터널을 지나며 주가와 실적이 만신창이가 됐던 한인은행들이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순익이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가 상승분은 지난 수년 동안 한인은행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적게는 수천달러부터 많게는 수백만달러까지 손실을 본 것을 생각하면‘새 발의 피’에 불과하고, 한인은행들의 순익개선도 영업수익보다는 일시적인 회계상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중대한 기로를 맞고 있는 한인은행들의 현주소와 과제를 시리즈로 살펴본다.



■머나먼 투자손실 만회

지난 2008년 8월 은퇴자금 5만달러를 고스란히 한미은행 주식에 투자했던 박모씨는 이후 4년째 경제면의 주가 동향을 보지 않는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을 사실상 대부분 날렸기 때문이다. 매입 당시 주당 4달러82센트였던 한미은행 주가는 이후 하락을 거듭, 페니 스탁으로까지 추락했고, 최근 주가가 오르고는 있지만 박씨의 투자금은 여전히 3분의 1 토막이 나 있는 상태다. 박씨는 “가만히 앉아 날린 은퇴자금을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밀지만 지금 팔아치울 수도 없지 않느냐”며 “그나마 같은 주식을 8달러 대에 투자한 친구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위안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손실 현황은

한인은행들은 불황과 금융위기가 겹친 2007년부터 4년 동안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다. 대부분 경기침체로 인해 늘어난 부실대출 때문이었다.

한미은행의 경우 4년 연속 적자를 내며 무려 3억4,988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은행의 손실은 바로 자본금 상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미은행의 경우 2006년 말 5억5,865만달러에 달했던 자본금이 2010년에는 2억4,964만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당시 한인 은행들의 자본금은 월스트릿의 기관 투자가 아닌 한인들의 쌈짓돈 투자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는 고스란히 한인사회의 재산 손실로 이어졌다.
이같은 자본금 상실로 한미은행은 은행감독국의 증자명령에 따라 2011년 7월과 11월 각각 주당 1달러20센트와 80센트에 총 2억달러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지난 2007년 1월 주당 22달러88센트까지 갔던 한미은행 주가는 주당 1달러도 안 되는 페니 스탁으로 전락했다.

한미은행은 이후 주식 8주를 1주로 묶는 8대1 주식병합을 실시해 현재는 주가가 12달러72센트(12일 종가 기준)를 기록하고 있지만, 박씨처럼 4~5년 전에 투자했던 투자가들에게는 주식병합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재 주가는 주당 1달러59센트에 불과한 수준인 셈이다. 이같은 주가 하락은 그 폭은 다르지만 윌셔은행과 BBCN 등 상장은행뿐만이 아니다.

월가 투자 늘며 장밋빛 전망도


새한은행, 태평양은행 등도 마찬가지여서 윌셔은행은 2010년에 3,275만달러, 2011년에 2,861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5월 주당 2.75달러에 1억달러의 증자를 단행함으로써 큰 폭의 주가하락을 가져왔고 BBCN 은행도 구 나라은행과 구 중앙은행의 손실로 상당한 주가하락을 기록했다.

새한은행의 경우도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 동안 무려 8,757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2010년 3월에 주당 35센트에 6,060만달러, 2011년 9월에 주당 25센트에 1,200만달러를 증자해 결국 기존 투자자들의 주가는 휴지조각이 된 셈이 됐다.

■순익의 실체

한미은행은 지난 2분기 6,567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미은행에 따르면 7분기 연속 흑자행진이다. 그동안 자본금 삭감을 감수하면서 부실우려가 있는 대출을 정리해 그만큼 수익구조를 개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BCN도 3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기록하고 있고 윌셔은행도 지난 2분기 4,003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발표,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인은행들의 흑자구조가 순수한 영업수익도 있겠지만 오히려 상당 부분을 이연법인세 자산(DTA·Deferred Tass Asset) 또는 대손충당금 환입에 따른 회계상 수익이 차지하고 있어 액면 그대로 수익 개선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망은

한인 상장 은행들의 경우 최근의 증자과정에서 월스트릿 기관 투자가들의 투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증권 전문가들은 한인 은행들의 최근의 주가 상승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관투자가 늘어난 월스트릿에서 한인 은행들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인은행들이 최근 분기별 흑자 실적을 이어가며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때 자산규모가 40억달러에 달했던 전성기에 비하면 자산규모와 주가 등에서 아직도 회복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며 “한인은행들이 제2의 도약을 하려면 뼈를 깎는 개혁을 통한 체질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 용어 설명

▲이연법인세 자산(DTAㆍDeferred Tax Asset) - 이월하여 연기한 법인세란 뜻으로, 기업회계로 산정한 과세 금액과 세무회계로 계산한 과세금액이 서로 다를 때 그 차이를 처리하는 회계상의 항목이다. 미리 선납했다가 돌려받을 세금은 수익이 돼 회계상 자산으로 잡히게 된다.

▲대손충당금 환입 - 대손충당금의 잔액이 있는 경우 새로이 설정되는 대손충당금이 현재의 대손충당금 잔액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대손충당금 환입으로 하여 당기의 수익으로 계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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