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래도 담배를?

2012-09-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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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대 입에 물고 서 있는 것이 멋이었을 때가 있었다. 그것도 백구나 화랑담배가 아니라 럭키스트라익이나 체스타필드 등 양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내뿜으면 매력적인 남자라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그놈의 멋 때문에 담배에 중독이 되어 지금도 계속 담배를 피우고 있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죽을 나이도 아닌데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 가는데 그때의 한국 의술로서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암이었다. 현대에 암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암은
죽음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암의 발생인자는 그 통로가 여러 방면에 깔려 있겠지만 걸
린 암을 배가 시키는 것은 바로 담배다. 담배, 다암배(多癌倍),
신통하게도 글자에서도 암을 배가 시키는 것은 담배라고 가
르친다.

암으로 죽는 사람은 그냥 죽지 않는다. 온 가족의 피를 말리게 하는 고통과 산 것이 산 것이 아닌 지독한 고생을 보거나 온 집안이 거덜 나는 것을 보고서야 암은 히죽히죽 웃으며 암환자를 죽게 한다. 무서운 것은 암보다도 암을 배가시키
는 담배다.


담배는 모든 병을 악화시킨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심지어는 치아까지도 서서히 약화시키고 잇몸까지도 결국에 가서는 못쓰게 망가뜨린다. 담배 제조회사들은 담배 맛을 증가시키고 담배를 끊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유해성분 약 4,000가지를 섞어 넣는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거기에 걸려들어 담배를 끊지 못하고 서서히 몸을 망가뜨려 간다.

대표적인 유해물질은 폐암을 유발시키는 타르와 산소 운반력을 떨어뜨리는 일산화탄소, 그리고 담배 중독으로 끌어들이는 니코틴이다. 거기에다 아세톤, 비소, 암모니아, 청산가리,메탄올, 방광암의 원인이 되는 나프티라민, 발암물질로 알려진 페놀, 방사능을 띠는 원소로서 시안화수소와 비교가 안되게 강한 독성물질인 폴로늄, 석면, 휘발류, 벤젠, 신나, 비닐크 로라이드, 납, 니켈, 수은, 카드늄, 알루미늄, 염화비니르, 나프탈렌, 디디티 등 극도로 인체에 나쁜 화학물질을 섞어서 사람
들에게 피게 한다.

담배는 전쟁을 통해서 급속히, 그리고 대량으로 확산되어 간다. 불안 때문이다. 불안과 초조가 많은 현대 생활은 전쟁과 같아서 아무리 금연을 권하거나 정책으로 금연을 유도해도 담배 피우는 사람은 줄지 않는다.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조기 흡연자의 나라이기도 했다. 회충제거에 좋다는 낭설을 믿고 어린아이에게 담배를 피우게 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4살만 되어도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대체로 빈곤국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인구가 많다. 빈곤한 사람들이 빈곤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담배를 더 많이 핀다.

이제는 담배 값이 만만치가 않다. 자장면 한 그릇 값보다 비싸다. 가정경제에서 무시못할 수준이다. 답배 한 갑의 값이면 두부 몇 모는 거뜬히 사서 밥상을 푸짐하게 한다. 담배 세갑이면 쌀이 한 포대다.

건강을 생각하고 집안 경제를 생각해보자. 이래도 담배를?


<김윤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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