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감 떨어질 때
2012-09-05 (수) 12:00:00
강추위 한번 모르고 자란
연하고 무른 몸
세 살 배기 감나무, 유월 불볕더위에
풋감들 하룻밤 새 툭, 툭 다 떨구고
발밑에 깔린 그늘처럼 어둡다
종갓집에 시집가
내리 두 번 유산한 사촌 언니
시든 감잎처럼 툇마루에 노랗게 앉아
풋감도 감잎도 없는 담장 너머를
우두커니 바라본다
세상 어딘가엔 소리 없는 소리 분명 있을 터
풋것 떨어질 때
풋풋한 향기 엷어질 때
그 아득한 소리 어미 품에 잠길 때
따스한 흙 무덤의 등은
그저 흔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