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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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2012-08-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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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밭에 굴러도 이생이 좋다는 우리 말 속담이 있다. 요즘 주위에서 세 사람이 세상을 등졌다. 한사람은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으며 두 사람은 지인의 가족이었다. 그 세 사람 중 한분은 갑작스런 죽음이었기에 더욱 놀라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누구 차례인지 몰라.” 친구들은 한숨을 쉬며 각기 이런 말들을 했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하고 생체 나이가 젊었다 해도, 또 얼굴에 보톡스를 맞고 좋다는 화장품들을 다 쳐바르고 치장을 있는 대로 한다 해도 들 만큼 든 나이를 피해 갈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바로 비극이며 슬픔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다. 이 고마운 망각 때문에 우리들은 며칠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또 깔깔대며 웃을 수가 있고 행복해 질수가 있다. 나는 젊었을 때 늙어지면 행복할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행복이란 젊을 때나 늙어서나 공평하게 즐 길수 있는 감정임을 깨닫고 스스로 놀라고 있다. 물론 행복을 느끼는 일이나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


젊어서는 불타는 정열이 있었다면 늙어서는 조용함과 편안함이 있다. 이 편안함은 아마 치열했던 삶에서 한발 자욱 물러나고 모든 것을 버리고 내려 은 데서 오는 일종의 안도감이나 한가로움 같은 것이 아닐까.

고생은 젊어서 해야 한다. 젊음은 고생 속에서도 희망과 꿈이있기 때문이다. 늙어서 당하는 고생은 꿈이 없기에 더 비참하고 슬프다. 요즈음 한국에서 쪽방 촌에 사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가끔 방송에 나오는데 늙은것도 서러운데 가난으로 찌들고 병으로 고통 받는 그들을 보며,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행운아들이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데 최소한의 필요한 돈은 나라로 부터 받기 때문이다.

나는 칠십대에 들어선 후 제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는 운동을 한 후 친구들과 함께 걷고, 클럽에 가서 공짜 커피한잔을 마신 후, 30~40분 온갖 수다를 떨다가 다시 각자가 헤어져서 볼일들을 본다.

집에 와서 신문을 꼼꼼히 읽고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딸네 가서 손주 둘을 보아주고 함께 논다. 한동안 너무 바빠서 며칠 딸네 집에 못 갔더니 꼬마 둘이서 할머니를 기다린다고 대문 밖에서 한 시간 이상을 서성였다는 딸애 말을 듣고 마음이 짠했다.

그들을 사랑하되 야단은 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늙은이의 특권이다. 야단치는 것은 우리 딸애 몫이다.
내가 사는 로스모어 안에 드디어 한국인의 교회가 생겼다. 우리들의 목표는 앞으로 한국인만이 아닌 모든 인종들이 모이는 이중 언어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 인생길에서 쓸쓸하고 외로울 때 그들을 편안히 떠나게 해주는 것도 아름다운 사랑의 행위다. 종교를 가진 자들은 안 가진 자보다 죽음을 편안히 맞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나는 과연 행복한가?”라고 스스로 물으며 살아야 될 것 같다. 나 자신만의 행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주위를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을 터득해 간다면 우리네 인생은 허무하지도 않고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말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김옥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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