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김(C2Education 원장)
역대 여러 올림픽 경기마다 판정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처럼 판정에 대한 시비가 많았던 올림픽도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판정 오류와 판정 번복으로 얼룩진 2012 런던 올림픽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런던 오심픽’이라고 불릴 정도로 판정 논란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판정 오류의 대부분은 매우 복잡하고 불투명한 점수 규정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복싱 선수 사토시 시미주는 상대 선수인 아제르바이잔의 마고메드 앱둘하미도이에게 적어도 다섯 차례에 걸쳐 타격을 가했지만 처음 판정에서는 경기에 패한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러한 이해되지 않는 판정은 이후에 다시 번복돼야 했다.
남자 체조 단체 경기 역시 출전 선수들로 하여금 판정 번복의 쓴 맛을 보게 했다. 종합 3위로 경기를 마친 우크라이나 남자 체조팀이 일본 단체팀의 최종 점수 항의로 인해 4위로 밀려 나게 됐기 때문이다. 체조에서의 판정 번복은 특별히 출전 선수들을 씁쓸하게 했는데 이는 체조 경기 점수 제도가 2004년 올림픽 이후 판정 시비를 방지하려고 매우 정밀하게 재정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비는 매우 복잡한 점수 규정을 만들어 냈고 너무나 복잡한 제도로 인해 판정 오류 방지에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펜싱 신아람 선수의 1초사건, 수영에서 박태환 선수의 어깨 움찔 실격 사건, 유도 조준호 선수의 판정 번복 등은 전 국민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런던 오심픽’의 판정 시비 사례들이다. 판정 오류는 뇌물을 받았거나 특정 국가 혹은 선수를 지지하는 부패한 심판들로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판정 오류는 복잡한 경기 및 점수 규정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에 참가한 운동선수는 물론이고 심판들조차도 정확한 규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판정시비가 올림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가을 하버드 대학에 지원한 매우 탁월한 3만4,000명의 지원자 가운데 3만2,000명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중 그 누구도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명확한 입학심사 기준에 대해서 각 대학들이 매우 모호한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입학심사에 정확한 공식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전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탁월한 학생들을 뽑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처럼 모호하고 불투명한 말도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탁월한 학교성적과 만점에 가까운 표준시험 성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이상 어떤 것이 필요한지, 동일한 성적의 학생들이 어떤 기준으로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눠지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즉, 성적 이외의 대학 입학심사 기준이 모두 흙탕물 속에 가려져 있다는 말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런던 오심픽’으로 만들었던 올림픽 경기 규정 및 점수 체계가 오심의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투명하고 명확해져야 하는 것처럼 대학 입학심사 기준 역시 지원자 모두에게 투명하고 확실하게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투명성 없이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처럼 우리 학생들도 자신들의 최선의 노력과 실력에 대해서 정당한 결과를 얻어 낼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입학심사 과정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대학 입학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독립적 교육 컨설턴트 협회(Independent Educational Consultants Association)’ 조사에서 각 급 학교의 최상위권 학생 가운데 26%가 외부에서 대학 입학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투명한 규칙과 규정의 부재 속에서 학생들은 이렇게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유능하고 탁월한 코치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학생들도 대학 입학이라는 경쟁 속에서 전문 코치의 도움을 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복잡한 대입 절차 규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갖고 활용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도움을 이용해 자신의 노력과 실력에 합당한 결과를 얻어 내길 바란다. 런던 올림픽의 수많은 오심의 아픔이 한인 학생들에게는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