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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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포트해밀턴 고교 11학년 천지영 양

2012-08-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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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들과 첫 만남 손꼽아 기다려요

빈곤국가 어린이를 돌보는 마음이 따뜻한 소아과 의사를 꿈꾸는 천지영(15·미국명 데보라·포트해밀턴 고교 11학년)양. 때문에 이달 중순 교회 식구들과 함께 도미니칸 공화국으로 떠나는 첫 선교여행에 대한 기대도 크다.

아직 얼굴도 모르는 도미니칸 공화국 어린이들과의 만남을 설레며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평소에도 소외 대상을 먼저 챙겨온 세심하고 배려 깊은 성격이 한 몫 한다. 학교나 교회에서도 행여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해 겉돌거나 이민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어색해하는 새로 온 친구들에게 누구보다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어왔다. 함께 선교여행을 떠나는 친구들과는 곧 만날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우정의 팔찌’를 정성껏 만들고 있는 중이고 4일에는 어린이들에게 푸짐하게 안겨줄 선물구입 비용 마련을 위한 팥빙수 판매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달 13일부터 18일까지 짧은 6일간의 선교여행이지만 소중한 어린 생명들이 처한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장차 어른이 됐을 때 빈곤국가 어린이를 어떻게 더 많이 도울 수 있을지 살펴보는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올해 가을이면 11학년이 되기에 SAT 시험을 비롯한 대학입학준비에 시동을 걸면서 한창 바쁜 여름방학을 보낼 때지만 선교여행지에서 맑은 영혼의 어린이를 만나는 일이 더욱 소중하기에 준비를 소홀이 할 수 없다고.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간 학교에서 배운 서반아어 이외에도 교회에서 별도로 생활 서반아어도 한창 익히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는 평소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여해왔던 영역. 부모와 함께 출석하는 뉴욕한국인그레잇넥교회(담임목사 양민석) 교인들과 함께 맨하탄 노숙자 센터를 정기적으로 찾아 식사 도우미로 힘을 보태고 있다. 가족이 거주하는 브루클린 인근의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서머캠프에서도 자원봉사로 140시간 이상을 참여해왔다.

소외계층을 좀 더 돌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지난 1년간 갈라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미주한인청소년재단의 청소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인 ‘와플(WAFL)’에서 올해부터는 지역사회 봉사위원회에서 활동하길 희망하고 있다.

처음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는 ‘와플’ 프로그램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1년간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변화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있단다. 특히 과거에는 남 앞에 나서기 꺼려하는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매번 와플 모임 때마다 친구들 앞에서 돌아가며 발표를 하다 보니 어느새 대중연설에도 부쩍 자신감이 붙었단다. 특히 재단 연례만찬 무대에서는 놀라운 댄스 실력으로 자신도 미처 몰랐던 숨겨진 잠재력과 끼를 발산하기도 했다.

평소 가정에서 부모와 한국어로 대화하며 다져온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 드라마와 한국의 인기가요 등 K-POP 문화에도 익숙해 타인종 친구들에게는 한국문화 홍보대사로도 톡톡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사춘기를 무난히 넘겼지만 차츰 성장해갈수록 한국어 구사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앞으로는 한국어와 서반아어 이외에도 일본어까지 섭렵해보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유치원 시절부터 익혀온 수준 높은 바이얼린 연주 실력으로 학교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라크로스팀에서도 활동 중이다. 운동을 좋아해 테니스와 농구도 즐긴다. 늘 우등반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학업성적도 우수하다.

브루클린 집에서 그레잇넥 교회까지 2시간이 넘는 먼 거리도 마다않고 교회 모임에는 가능한 남들보다 먼저 도착하고 또한 빠지지도 않고 열심이다. 바쁜 일상을 짜임새 있게 보내는 바탕은 엄격한 시간관리와 타인과의 시간약속은 철저히 지키는 생활습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보건복지부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큰 할아버지(천명기)에서부터 철도청에서 평생을 근무한 둘째 할아버지를 비롯해 통신공사 공무원으로 오래기간 근무한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유독 공무원이 많았던 집안 분위기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대학 입학 전에 시간을 내어 어릴 적 방문했던 한국을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천양은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이로 천정태·최재헌씨 부부의 1남1녀 중 첫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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