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기총과‘교회 세습’논란을 보며
2012-08-02 (목) 12:00:00
미주한인교회, 홀로 서라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교회 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금권 선거로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을 때 한 말이다. 손 교수는 당시 한기총 사태를 지켜보며 “창피하고 화난다”고도 했고 “개혁이 불가능하다. 해체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한국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중심 인물이기도 한 그는 공언한 대로 지금까지 한기총 해체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개신교 역사 이래 가장 타락한 교회라는 평가가 내려질 수밖에 없는 한국 교계를 바라보는 한인 크리스천들의 마음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한 교계 원로의 개인적인 생각일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데가 많다.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 한기총 이단 영입 및 금권 선거 의혹, 사랑의교회의 무리한 건축 논란... 각종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는 ‘안티 기독교’ 세력의 교회 죽이기라며 특정 언론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록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맘에 안들지 모르지만 엄연히 실체가 존재한다면 보도 자체를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음해’라며 화를 내는 것은 매우 유치한 대응이다.
최근에는 ‘세습 1호 목사’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는 김창인 충현교회 원로 목사가 회개 성명서를 내 관심을 끌었다. 20여년이 지난 후지만 충현교회의 목회 세습은 한국 대형교회 목사들의 기형적이고 파렴치한 기득권 유지 공작의 첫 사례였고 그후 많은 큰 교회들이 김 목사의 뒤를 따랐다는 점에서 과오가 쉽게 씻길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한기총의 한 발표가 가관이었다. “교회 세습이란 용어는 잘못된 것이니 쓰지 말라”고 세상에 공표한 것이다. 갖다 붙인 이유는 이랬다. “후임자가 직계 자손이라 해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습이라는 단어가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었다. “후임으로 가는 일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본인의 소명에 따르는 일일 뿐 어떤 부나 명예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가야할 교회의 규모, 지역, 역사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길게 인용하는 것은 한기총의 설명이 바로 ‘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그룹이 사용하는 비난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한기총이 아무리 거룩한 의미를 가져다 붙인다 해도 후임자가 ‘(교회) 재산이나 신분’을 물려받고 ‘교회의 규모와 지역, 역사를 고려하기 때문에’ 세습을 기어코 하려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한국 교계를 대표한다는 단체의 공식 입장이 상식적인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을 보며 ‘정말 구제 불능 단체’라는 생각을 한 한인 크리스천들이 적지 않다.
미주 한인교회는 지금까지 ‘이단 규정’ 등 목회상 주요 지침 설정을 한국 교계에 의지해왔다. 한국 교단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탓에 본국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성 사역이나 목회를 해야 하는 한계도 컸다.
그러나 이제 때가 됐다. 미주 한인교회들이 스스로 먼저 나서서 회개와 개혁의 깃발을 들어야할 시점이 됐다는 말이다. 정치적인 혹은 관계적인 이유를 둘러대며 ‘우린 힘이 없다. 형님이 어떻게 하는지 기다려 보자’고 핑계를 대는 건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전혀 모르는 무책임한 목회자의 발언이다. 그러는 사이 양들은 죽어간다.
만일 한국교회가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회라면 미주 한인교회들도 마찬가지다. 그 한 가운데 한기총이 있다. 그 한기총은 해체의 대상일뿐 대표성은 오래전에 잃었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