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김(C2 에듀케이션 원장)
C2에듀케이션에서는 SAT 준비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SAT 모의고사를 보게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의 SAT 에세이 중에는 ‘배우기 위해 실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인용하며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것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이보다 적어도 세 배는 많은 학생들이 ‘실수는 끔찍한 것이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대답한다.
실수를 마치 무슨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피하는 경향은 밀레니엄 세대들에게서 발견되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 중의 하나다. 밀레니엄 세대들은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났다. 그리고 이들은 세상 가운데로 들어갈 실질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밀레니엄 세대들은 작은 결정 하나에도 신중함을 넘어 우유부단함을 보인다.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 확신이 없고 혹시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하는 염려로 부모에게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다. 그렇다면 밀레니엄 세대들은 ‘틀린다’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들은 왜 ‘실패’라는 말만 나오면 이렇게 얼어붙는 것일까?
◎손 닦는 소독젤(Sanitizing Gel): 밀레니엄 세대들은 흥미로운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로 베이비부머에 의해 양육된 이들은 모든 전기 콘센트를 플라스틱 커버로 닫아 놓은 안전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첫 세대이다. 이들은 또한 알콜로 만든 소독젤로 끊임없이 손을 닦으면서 자라난 첫 세대이고 푹신한 고무 덮개가 깔린 놀이터에서 자란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실질적인 결과물보다는 참여와 노력을 더 중시하는 환경 속에서 자란 첫 세대이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빨간색 펜으로 적어 주는 대신에 초록색 잉크로 예쁘게 점수를 적어 주는 긍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첫 세대이기도 하다.
밀레니엄 세대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부모와 교사, 코치들이 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상처와 고난을 최대한으로 완화시키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매우 청결하고 안전하게 소독된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기회를 제공했고 또한 이들이 학교에서 탁월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녀의 성공을 위한 부모의 노력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너무 멀리 가버렸다.
◎학생들에 의해 좌우되는 교수님들: 대학의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이미 여러 번 지적됐고 이는 베트남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밀레니엄 세대들이 태어나기 십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밀레니엄 세대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급기야 A학점을 받은 학생들의 수가 B학점을 받은 학생의 수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많은 대학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듯이 밀레니엄 세대들은 자격이 되지 않아도 무조건 높은 학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학 교수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이 학생들은 무지막지합니다. 봄 학기가 되면 자신의 리포트를 다시 읽고 점수를 다시 매겨 달라는 학생들로 제 사무실은 복잡합니다. 시험을 잘못 보면 다시 보게 해달라고 조르고 점수에 대한 질문으로 제 전자우편은 폭탄을 맞습니다. 제일 괴로운 것은 자신의 최종 학점을 고쳐 달라고 끈질기게 졸라대는 것이지요"라고.
밀레니엄 세대들은 왜 자신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메리칸 대학에서 저널리즘 윤리와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존 왓슨 교수는 밀레니엄 세대들은 자신의 결과물이 훌륭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열심히 노력만 했다면 무조건 A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밀레니엄 세대들은 개인의 자존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얼마나 훌륭한 기술을 가졌는지 상관없이 참가한 모든 선수에게 트로피를 주는 축구팀에서 운동을 했고 점수를 기록하지 않고 스트라이크의 제한이 없는 야구팀에서 경기를 했다.
이러한 접근은 유치원생들에게는 효과적인 접근이지만 ‘모든 아이들은 매우 특별하다’는 사회 전체적인 태도가 유치원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기에 이들은 자신이 대학 수업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무조건 최고의 점수를 받아야 하고 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부족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실패라고 여기는 것이다.
밀레니엄 세대를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분명 밀레니엄 세대는 이 사회를 변화시킬 만한 수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피할 수 없는 실수를 직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혁신과 진보는 이뤄질 수 없다.
수많은 잠재력을 가진 밀레니엄 세대가 실패 앞에 담대함으로 나아간다면 이들이 이끌어 나갈 다음 세대는 보다 큰 진보와 전진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들이 세상 속으로 담대하게 뛰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전과 격려, 실패에 대한 포용을 심어주는 우리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