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만드는 나

2012-07-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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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산장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에 참석했다. 아내는 바이올린, 남편은 색소폰을 연주했고 또 다른 부부는 플롯과 첼로로 화음을 만들어 냈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소나무 향과 따뜻한 커피 향이 가득했고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나는 분위기에 푹 빠져 버렸다.

이제 나도 악기를 하나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플롯이 그중 배우기도 쉽다고 해서 악기와 가방, 책까지 모두 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무리 불어도 소리가 안 나오고 입술을 어디에 대야 하는지 난감했다.

3개월 만에 겨우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 아닌가.


포기가 빠른 게 현명하다는 생각 때문일까? 나이가 들수록 시작도 안 해보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위의 사람들도 그렇다. 내가 주말에 18마일 정도 마라톤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라서 묻는다.“아니 어떻게 그렇게 많이 뛰어요? 나는 걷는 것도 힘든데”라며.

나 역시 처음에는 1마일도 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하다 보니 지금은 휴가를 떠나도 습관처럼 운동화는 꼭 챙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뛰어야 하니 말이다. 역시 연습과 노력에는 장사 없다.

돈이 많든 적든, 직책이 높든 낮든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보낸다. 일찍 일어나서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조금 늦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등 생활 패턴이 다양하다.

부지런한 사람은 느긋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느긋한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다. 각자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맞추려 노력하다 보면 극복이 가능하다.

한 직장에서 꾸준히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은 동료들에게서 믿음과 신뢰라는 선물을 받을 것이다. 한곳에서 꾸준히 영업하는 식당주인은 단골손님들이 많아질 것이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을 해서 끝까지 노력하는 학생은 좋아하는 일을 평생하며 살아 갈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부지런하고 동물과 나무를 사랑하며 가정을 매우 아끼시던 분이셨다. 주말이면 온 식구들이 일찍 일어나서 각자 맡은 일을 해야 했고, 유기된 개와 고양이가 불쌍해서 집에 데려와 키운 것도 여러 마리였다.

마당에는 가을이면 모과가 주렁주렁 열리고 연못에는 금붕어들이 놀았다. 항상 아버지와 산을 다녔고, 취미생활로 영화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으러 다녔다. 이러한 추억이 꾸준히 쌓여서 그런지 나는 지금도 나무를 보면 사랑스럽고 유기견을 보면 데리고 와서 키우고 싶고, 금붕어를 보면 집에 연못을 파고 싶다.
인간은 자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한다. 어떤 나를 만들어 갈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마주할 것인가는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자기의 삶에 완벽히 만족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꾸준한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플롯을 포기하지 않는다.


재니퍼 리 / 듀오 커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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