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비자와 자유경쟁

2012-07-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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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형 마트들이 소규모 상권을 침범해 죽이고 있다. 대규모 유통시스템을 통해 물건을 보다 싸게, 다양하게 제공하는 큰 마트들을 동네 가게가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자유경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시장경제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이 체제가 무너지면 소련, 북한처럼 나라가 망한다는 비약도 한다.

가격이 인하될 환경 중 하나로 관세철폐를 꼽는다.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주체를 늘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됐다고 해도 한국에서 200만원에도 잘 팔리는 1000달러짜리 미국산 유모차를 미국 기업이 120만원으로 가격을 낮춰 팔 이유는 없다.


대형마트도 그렇다. 소비자들은 이들이 물건을 싸게 팔아서 좋다고 하지만 동네의 소규모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은 후에도 그럴까? 그러니까 싸게 팔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대형마트는 굳이 싸게 팔 이유가 없다.

돈이 많은 쪽일수록 시장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권력을 가진다. 시장을 규제하지 않고 더 큰 자유를 줄수록 그들이 시장을 제멋대로 할 힘은 점점 더 커진다. 시장의 무한 자유경쟁에 대한 감언이설에 소비자들이 취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최정우/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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