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에서 우리로

2012-07-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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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겁이 많은 나는 운전할 때마다 “하나님, 나를 안전하게 지켜 주소서”라는 기도를 한다. 80번 고속도로를 달리던 그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로 앞의 차가 갑자기 갓길로 방향을 틀었다. 무슨 응급 상황이 발생한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그 차는 잠깐 비틀거리더니 옆의 난간을 들이받고는 공중에서 두세 번 돈 다음 도로에 곤두박질쳤다.

운전자는 차에서 튕겨 나와 바닥에 떨어지고, 차창의 유리들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핏물이 쏟아지고 연기가 치솟았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도로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끔찍한 사고가 바로 내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급하게 차에서 내리기는 했지만, 너무 놀라서 뭘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우선 뒷자리에 앉아 있던 딸에게 911에 전화를 하라고 일렀다.


한 남자가 재킷을 들고 와서 도로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사고 당사자에게 덮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멈추고 나와서 걱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다행히 곧바로 구급차가 왔다. 특별히 내가 도울 일이 없는 것 같아 나는 그 사람의 생명을 위해 기도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후 고속도로 순찰대에서 사고 현장의 목격자로 증언을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무서운 장면이었지만, 사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돕고 싶었다. 진술을 마친 후 떨리는 목소리로 그 사고 당사자에 대해 물었다. 다행히 병원에서 회복 중이란다. 살아 있어 주어서 고마웠다.

그 날 이후 나는 운전할 때마다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주소서!”


<민소란/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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