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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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2012-07-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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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 가서 시를 만날 것인가
어떻게 쓰는 것이 시가 된단 말인가에
“고것 참, 배웠단 놈이 그런 것도 모르냐?”

언문을 배우신다 기어이 우기시는
한글학교 갓 입학한 일흔여덟 울 어머니
“시옷에 짝대기 하나 빤듯이 끄서봐라!”

시옷에 짝대기를 반듯이 끄서보니
사람(人)이 올곧은(ㅣ) 생각 하날 부린다?
아뿔싸, 이것이었네 네 모습이 시로구


- 김진수(1960 - ) ‘시시한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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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놓고 기역자를 모른다더니 이제 겨우 한글을 깨우친 팔순 노모도 다 아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고민하는 자식을 보다 못해, 시를 어떻게 쓰냐면 시옷에 짝대기 하나 그어 붙이면 되는 간단한 것이라고 노모가 가르쳐주신다. 아하, 그렇구나. 사람의 올곧은 생각 하나를 담아내는 것이 시로구나. 올곧은 생각을 가진 당신이 바로 시로구나. 시가 천지에 널브러졌구나.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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