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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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정직

2012-06-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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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안으로 가는 도중 서울에 4일간 체류했다. 서울 체류 중 친구의 권유로 본 ‘잡을 테면 잡아봐(Catch me if you can)’라는 뮤지컬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풍부한 볼거리와 짜임새 있는 각색에다가 뮤지컬 베테랑과 한류스타 아이돌을 넘나드는 특급 캐스팅까지, 흥행 쇼 뮤지컬로서의 삼박자를 다 갖춘 작품이다.

2002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거짓말과 학력위조와 문서위조 부분에서는 지금도 세계 1위로 꼽히는 실제 주인공 프랭크 에비그네일의 사기 인생을 그린 뮤지컬이다. 거짓말과 사기로 점철된 그의 생애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그는 고등학교 중퇴 후 천재적인 두뇌회전과 배짱으로 1965년부터 5년간 팬아메리칸 항공의 부조종사, 소아과 의사, 변호사 등으로 행세하며 미국 각지와 유럽 전역에 위조수표를 뿌리고 140만 달러 이상을 현금화 하였다. 조종사 복장과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서 공항이나 은행, 호텔 등에서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게 용이했으며, 팬아메리칸 항공은 물론 타사 비행기를 200회 이상 무료로 타고 다녔다.


하버드 법대를 나온 변호사로 위장하고 다닐 때는 우연히 남부 어느 주의 주법무장관의 스텝 변호사 제의를 받고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였는데 세 번만에 실제로 합격하여 스텝 변호사로서 9개월간 일을 하기도 했다.

그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하버드대 성적증명서를 위조하였으며 사회학 교수가 되기 위해 컬럼비아대의 성적증명서와 교수 추천서도 위조하였다. 변호사는 우연한 기회에 도전한 것이며 교수는 재미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위조 수표범으로서 미국 모든 주의 정보국과 FBI,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와 이집트, 레바논 등 13개국 정보국의 추격을 받던 그는 마침내 체포되어 복역을 하게 된다.
이들 모든 국가에서 복역을 하게 되면 평생을 복역해도 모자랄 것이지만, 스웨덴 재판부의 미국 추방 결정으로 그는 미국에서 12년형을 선고 받는다.

출소 후 개과천선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위조수표 예방, 문서위조 방지를 위한 ‘안전문서 전문회사’를 차린 후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컨설팅을 해 오고 있으며, FBI의 금융범죄 전담반과 함께 일해 오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1960년대에 비해 수표와 문서 등을 위조하는 것이 200배 쉬어졌다고 한다.

뮤지컬을 본 후 친구는 한국이 지금 거짓말과 사기가 판치는 사회라고 한탄했다. 정직하게 사는 것이 바보 같은 삶으로 생각되는 한국에서 이 작품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무언 가를 시사하는 듯하다.

그러면 정말로 거짓 인생이 정직하게 사는 삶 보다 이익이 될까? 성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시편 112편에서 “그의 후손이 땅에서 왕성함이여, 정직한 자들의 후손에게 복이 있으리로다”라고 말하고 있다. 깨끗한 양심만큼 안락한 베개는 없다고 한다.
우리가 ‘거짓’과 ‘정직’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될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이세희
Lee & Asso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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