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일랜드 출신 골프유망주 애니 박(사진·17·한국명 보선)양은 최근 한인사회를 두 번 놀라게 했다.
박 양은 지난달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장정, 이선화 등 한국의 유명 LPGA 스타 골퍼들을 제치고 미동부 지역예선 1위로 US 여자오픈 출전권<본보 5월17일 A3면>을 따내더니, 며칠 뒤에는 남자 선수들만 참가하는 대회에서 2위 남자선수 보다 여섯 타나 앞선 점수로 우승컵<본보 5월24일 A8면>을 들어 올렸다.
특히 2위를 차지한 남자선수가 PGA US오픈 출전권을 따낼 정도로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터라 박 양의 우승 소식은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물론 박 양의 이 같은 화려한 등장은 이미 예고 돼 있었다. 지난해에는 아마추어 퍼블릭스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의 조카 셰이엔 우즈(21)를 꺾고 4강에 올라 3위를 차지하는 등 각종 주니어 대회를 휩쓸었다.
박 양은 이번에 본선 무대를 밟게 된 US 여자오픈은 12세의 어린 나이부터 매년 도전해 화제를 모아오기도 했다.낫소카운티의 제너럴 맥아더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박양은 이미 이같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남들보다 1년이나 앞서 허버드, 예일, 스탠포드, 듀크 등 골프 명문대들의 입학제의를 받아올 정도로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박양은 남가주대학(USC)을 선택, 오는 12월 입학을 앞두고 있다. 박 양은 “다른 곳보다 USC 코치의 승부근성이 크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오히려 이런 무서운 코치에게 배워야 실력 향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양의 장점은 어려움이나 장애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US여자 오픈 예선전과 남자 선수들의 경기 모두 비가 내리는 악조건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박양의 침착함은 더욱 돋보였다.주변에선 이같은 박양의 장점을 꾸준한 연습과 어려서부터 단련된 실수에 대한 반복 훈련 때문으로 풀이한다. 박 양은 아침 6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진 평범한 여고생의 삶을 살지만, 그 이후부턴 500개의 연습타, 9홀 라운딩, 근력강화 운동으로 밤 늦은 시간까지 골프에 매진한다. 당연히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저녁식사는 차에서 하고, 학교숙제는 새벽까지 하는 날이 많다. 이런 노력 덕분에 골프는 물론이고 학교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박 양의 학교 성적은 총점 4.0만점에 3.7이다.
박 양은 요즘들어 LPGA 스타 위성미(미국명 미셸) 선수와 비교가 되는 일이 잦아졌다. 큰 키와 특유의 장타 등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13세 때 아마추어 퍼블릭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로 데뷔한 위성미 선수와 달리, 박양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실력을 쌓다가 대학을 졸업한 후 프로에 데
뷔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양은 “실수도 겪어보고, 주니어 대회와 같은 곳에서도 경기를 뛰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훗날 프로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중년이 되어서도 프로로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LPGA는 오는 7월5일부터 열리는 US 여자오픈대회를 위스컨신 블랙 울프런 골프장에서 개최한다. 이 골프장의 코스 길이는 6,900야드. 주로 6,200~6,500야드에서 강한 한국 선수 견제를 위해 LPGA가 이런 장소를 골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긴 야드가 장애가 박 양에겐 되진 않을 전망이다. 박 양이 최근 뛰어난 실력을 보인 경기 모두 7,000야드가 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훈련과 연습이 박 양을 악조건에 강한 선수로 만들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