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체스터 폭스레인 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김재범(17) 군의 장래희망은 월가 최고의 금융인이 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베푸는 자선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7년 전 미국에 이민 온 후 밤낮 가리지 않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는 부모님들을 보며 진정한 땀의 가치를 깨우쳤다. 단지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꿈을 쫒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보다 큰 꿈을 꾸는 방법을 부모님들이 몸소 가르쳐줬다고.
가족과 함께 이민 온 첫해의 뉴욕은 마냥 신기하거나 즐겁지만은 않았다. 친구들과 이야기하길 즐겼던 밝고 쾌활한 성격의 인천 초등학교 4학년생이 어느 날 갑자기 브루클린 공립초등학교의 과묵한 아시안 학생으로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어는 서툴러도 숫자카드로 공부하던 수학시간 만큼은 발표시간에 손이 번쩍번쩍 올라갔다. 수학밖에 못하는 아이로 불렸지만 밤마다 집에서 영어단어를 하나씩 암기한지 1년. 결국 말문이 트이고 하나둘 늘어난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야기꾼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학교 생활이 점점 흥미로워 졌고 특히 수학은 재밌을 뿐더러 자신감도 붙었다. 사칙연산으로 숫자 24를 만드는 ‘24게임’에서 교내 1등을 차지하고 학교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 후 중, 고교 시절 수학천재로 통하며 교내, 외 수학대회에 도맡아 출전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입학 후 출전한 전미수학경시대회(American Math Competition)에서는 22만명의 참가자중 6,000여 명에게만 주어지는 수학 영재시험(American Invitational Math Examination) 자격을 얻었다.
10학년 때는 전미수학올림픽(American Math Olympiad)에 출전하는 500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음 목표는 그중 5~6명만이 미국대표로 출전하는 국제수학 올림픽(International Math Olympiad)이라고. 이미 중, 고교 모든 수학과정을 마스터해버려 지도교사는 여름방학 기간 동안 온라인 대학 수학강좌를 듣기를 권유하고 있다.
모범생들의 모임인 내셔널 아너 소사이어티(National Honor Society)의 일원이자 수학천재라고 해서 늘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지는 않다. 친구들과의 수다를 즐기며 테니스, 배드민턴, 농구 등을 즐기는 전형적인 17세 고교생이다. 남다른 음악적 소질도 갖추고 있어 중학교 시절에는 플루트와 섹스폰을 연주했으며 고등학교에 올라서는 피아노까지 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에는 소중한 봉사활동을 경험했다.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미시시피 지역에 내려가 대홍수 피해 복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수재민들의 모습을 곁에서 직접 지켜보며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방법을 배웠다. 매주말이면 뉴욕 불광 선원을 꼭 찾아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며 중, 고등학생부 회장도 맡고 있다.MIT 공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김군은 뉴욕 유명 한식당 주방장과 매니저를 지낸 김수형씨와 주얼리 디자이너인 김혜경씨 부부의 1남 1녀 중 장남이다.<천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