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깨우는 양심의 소리 돼라”
2012-05-22 (화) 12:00:00
한국 영락교회와 갈보리교회를 담임했던 박조준 목사가 워싱턴에서 한인 목회자들을 만났다.
러빙힐교회(김재선 목사) 창립감사예배에서 설교한 다음 날인 21일 40대 목회자 그룹 ‘PaTo’ 멤버들과 마주한 박 목사는 최근 운동 삼아 시작한 골프 얘기부터 설교론, 리더십, 목회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박 목사는 “과거에는 ‘날 시험들 게 하지 말라’며 골프를 좋지 않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걸으니까 좋더라”며 “목사가 건강하지 못하면 교인들이 처음에는 기도하지만 나중에 생각이 달라진다”고 말해 웃음을 샀다.
박 목사는 “지금도 설교가 어렵다”고 뜻밖의 고백을 했다. 청중이 많든 적든 늘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는 박 목사는 “설교 준비가 안돼 땀을 흘리는 꿈을 종종 꾼다”고도 했다. 전임 한경직 목사는 늘 잘 도와주셨지만 그늘이 커 부담도 적지 않았다. 갈보리교회를 사임하기 전에 미국 영주권을 얻어놓고 은퇴하자 바로 건너온 것은 이 때의 경험 때문에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이유였다.
목회는 교구, 행정, 전도 등 모두 부교역자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자율적이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나 목회 전문가로서 철저히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실수는 너그럽게 봐주었지만 도덕적이고 신학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반드시 정리를 했다.
장로들을 목회 방향에는 관여시키지 않고 목양 협력 기구를 만들어 전문가들의 능력을 마음껏 활용한 것도 박 목사의 목회 특징이었다. 제직도 임명하지 않고 지원자 가운데 선출했고 2년 임기로 제한해 타성에 젖거나 ‘권력화’ 되는 위험을 막았다. 자화자찬이 될지 모르지만 “갈보리만한 교회 없다”는 애기를 지금도 듣고 있다.
말씀 증거 사역을 최대의 사명으로 알고 목회해온 노 설교자는 ‘듣는 사람에게 감격을 주는 설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폭넓은 음역과 표현 기술을 갖춘 오케스트라가 감동을 주는 원리와 같다. 그러나 기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박 목사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목숨을 걸면 무서울 게 없어요. 목사의 심지가 딱 서야 합니다. 교회는 사회의 양심이 돼야지요. 에스겔 3장에 보면 하나님은 ‘내 백성을 깨우치라’고 명하십니다. 대언자가 되라는 뜻입니다. 그들이 듣고 회개하느냐는 별개 문제입니다. 나단은 다윗의 잘못을 지적했기 때문에 역사에 남았습니다. 정치는 해서는 안되지만 목사는 짖지 못하는 개가 돼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목회에만 전념하세요. 행복한 목회는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행복하세요.”
갈보리교회를 개척해 1만여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대형교회로 일궈놓고 새성전을 지은 뒤 조기 은퇴(당시 68세)를 선언해 화제가 됐던 박조준 목사는 현재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