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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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2-05-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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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월요일, 브롱스의 열 한 살 난 소녀 포란코 우벤 양이 목을 매고 죽었다. 왜 자실하였을까? 겨우 11세의 평범한 아이다. 그 이유를 친구도 모르고 이웃도 모르고 가족조차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아파트 주인이 오후 일곱 시 경 비명을 들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동네 사람들을 동원해서 비명의 근원지를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하였다. 우연히 소녀의 사촌이 출입문 안쪽 코트를 거는 고리에 목을 맨 소녀를 발견하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친구 몇 명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몇 시간 전에 보내왔다고 한다. 그리고 소녀가 며칠 동안 우울해 보이는 것을 가족들도 느꼈다고 한다. 맨하탄의 아동심리학자 로이 루빗 박사는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에게서 일어나는 변화를 부모가 먼저 알아차리고 적극적인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한다.

뉴저지 주 파시파니 병원에 한 러시아 소년이 코마 상태로 누워있었다. 학습여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엄마가 달려왔다. 그런데 의사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소년은 눈도 안 뜨고 말도 못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인데 어머니가 말할 때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이었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지는 알 수 없으나 소년의 정신세계 속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의식은 분명히 살아있는 것이다. 소년과 어머니 사이에서는 말 없는 대화가 오가고 있으며 사랑이 나누어져 있고 추억의 기억 속에서 두 사람은 만나고 있는 것이다. 소년과 어머니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기적이 가능하다.

쥐의 실험에서 같은 모유를 시간 맞추어 먹여도 어미 쥐에게서 자란 쥐가 어미와 떼어놓은 쥐보다 성장호르몬이 높아 더 빨리 성장했다고 한다. 이 실험은 사랑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이다. 성경에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구절이 있는데 실제로 인간에게 살 의욕과 능력을 주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은 무엇인가? 의심을 보류하고 신뢰하는 것이 사랑이다. 저주를 보류하고 축복하는 것이며, 공격의 화살을 늦추고 받아드리는 것이 사랑이다. 비판보다 감사를 먼저 하고, 요구하기보다 먼저 주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슬픔을 삼킨다. 그것은 다른 입술들에게 기쁨의 노래를 주기 위해서이다. 사랑은 때때로 무거운 짐을 지고 걷게 한다. 그것은 다른 어깨들에게 종달새의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서이다.

어린 아이가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사랑이 뭐야?” 누나가 대답했다. “잠들기 전에 엄마가 책을 읽어주시지? 그게 사랑이다. 그리고 중간에 빼먹지 않고 다 읽으시면 그게 진짜 사랑이다.” 이 소녀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실 때 중간에 빼먹고 읽는 속임수를 체험하였을 것이다.

사랑이란 반쯤 잠든 아이에게도 속임수를 쓰지 않는 진실함이다. 사랑의 기본정신이 있다. 그것은 남들도 나와 평등한 신의 피조물이라는 신념,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정신, 남들의 삶에 나도 연결되어 있다는 관심, 남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하늘나라 철학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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