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교육칼럼/ 사이버 왕따와 자신감 상실

2012-05-21 (월)
크게 작게
박경신(교육상담가·전 뉴욕시 공립학교 가이던스 카운슬러)

본래 왕따(집단 따돌림)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부터 존재해왔다.
학교가 배움의 장소라고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집단 따돌림의 온상지라고도 할 수 있다. 교실에서는 막말 내지 폭력을 쓰지 못하지만 대개 선생님이 안 계신 체육시간, 점심시간, 어둑한 층계나 복도, 그리고 등·하교 시간에 주로 많이 일어난다.

요즘 들어 온라인상의 일명 사이버 왕따도 급속도로 많아졌다. 자신감 상실로 도저히 학교에 다닐 의욕이 없어져 졸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고 자살이 속출하는 중대한 이슈라 하겠다. 무슨 이유든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나보다 못한 듯한 사람을 희생양 삼아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는 이유나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들의 귀한 자식들이 이런 폭력에 익숙해가고 그런 것이 도를 넘어 처음에는 학교 당국도 속수무책으로 막연하게 상담 교사에게 떠넘기는 정도로 여기던 것이 이제는 그 희생자들이 많아져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니 이제 법으로 다스리려고 한다.


희생자들을 상담해보면 대체로 친하다고 믿던 친구, 평소에 정의롭고 옳은 일을 하던 같은 반 학생들도 왕따 가해자가 잘못된 행위를 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 중요한 시기에 방관자 내지는 가해자 편에서 있다고 생각할 때는 누구라도 죽고 싶어진다고 했다. 이것이 왕따의 비극이다. 이제 뉴욕과 뉴저지는 부모와 교육관계자들의 합작으로 왕따를 주법(ANTI-BULLYING BILL OF RIGHTS)으로 제정해 학군별로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아무리 법으로 정해져도 법망을 빠져나갈 함정이 너무 많고 또한 상처받은 학생은 자신감 상실로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학교에 꼭 보고를 하는 것이다.

최근에 14세 중학생이 한국에서도 7층에서 떨어져 자살했지만 얼마 전 젊은 연예인은 무성한 가십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아까운 목숨을 끊었다. 또한 지난주에는 캐나다에서도 16세 여학생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온라인 왕따를 당하다가 자살했다.

학교 상담 교사로서 힘들어 하는 학생을 점심시간에 일부러 찾아가 볼 때가 많다. 왕따 피해 학생들은 주로 외톨이들로 아무도 없이 구석에 혼자서 식사하기 일수다. 때로는 막말을 듣고만 앉아 있어야한다. 집단 따돌림은 일부러 자기들 앉는 근처에 앉지도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학생들도 또래의 무서운 이목(PEER PRESSURE) 때문에 왕따 당하고 있는 학생이 비록 가여운 친구일지라도 나중에 자기도 집단 왕따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섣불리 그 옆에 가지도 못한다. 초·중·고등학교 모두 마찬가지다. 그들 앞에서는 같이 다니기를 거부하는 자신 없는 학생들을 본다. 이제는 이 무서운 집단 따돌림이 컴퓨터로 공간을 옮겨 왕따 피해학생을 삽시간에 매장시키지만 누가 시작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자살하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해자를 찾아내는 형국이다.늘어나는 학생들의 지각, 결석은 물론 학생들의 자살은 전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해결해야할 우리사회 모두의 중요한 몫이다.

부모님들이 자녀의 왕따 피해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어릴 때부터 말을 정중하게 하는 습관을 지닌 학생은 막말하는 학생보다 적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 특히 말을 요령 있게 잘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머리 속에 쌓아두기만 하거나 그 현실을 모면할 생각만 하느라 괴로워하다가 언젠가는 폭발해 폭력이나 자해 등 더 큰 문제로 번질 소지가 있다.

②부모들은 인간은 모두 각자 다른 생각과 행동도 다르게 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얘기해줌으로서 다르게 생긴 것이나 다른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한다. 왕따는 피해학생도 상처를 받지만 가해자들도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③자신감을 키워 공부보다는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싸움도 배워야한다는 얘기가 있다. 싸움도 공부처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폭력적이 아니라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으로 컴퓨터와 게임기 앞에만 있지 말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적을 만들지 않고 또 왕따 대상에서 벗어나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또한 폭력적인 학생은 어떻게 피하는지 요령을 키워야 한다.


④학생들이 학교나 집으로 오고 갈 때 가능하면 곧장 집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하지 않는 왕따나 폭력의 대상이 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⑤자녀의 컴퓨터도 가끔 점검해야 한다. 또한 자녀가 무슨 고민에 쌓여 표정이 달리지고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거나 누군가 자녀를 따돌리려 한다는 눈치가 보인다면 즉시 숨통을 트이게 해줘야한다.

이제 왕따는 공인된 법으로 학교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 상담교사가 없으면 담임선생에게 연락하고, 중·고등학생은 상담교사나 교감, 교장을 찾아가도 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