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월

2012-05-1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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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전 수필가

5월은 가정의 달, 어머님의 달이라고 한다. 나는 월력(月曆)이 아닌 중천에 떠 있는 달을 본다. 만면에 웃음을 띤 것 같은 만월(滿月)은 어머님의 달. 아들이 보는 달은 네모 꼴,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족제도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어미 손에 자라는 손자 손녀가 바라보는 달은 세모꼴로 보일까.
우주공간으로 우주선(宇宙船)의 왕래가 있고부터 달 속에서 풍년을 구가하며 통나무 절구통에서 손 방아 찧던 토끼는 홀연히 사라지고 이태백이 노닐던 달은 시인(詩人)들의 가슴과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일상생활이 편리해진 점도 많지만 대자연은 인간에게 주었던 많은 꿈을 하나씩 거둬 가는 느낌이다.
5월을 굳이 가정의 달이라고 정의해야 할 정도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지만은 현실에서 그늘 있는 생활양식으로 인간관계가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작은 연못에 비치는 초승달 같이 희미하다면 누구나가 바라는 가정은 아닐 것이다.
더욱 우리나라 전래의 많은 가족이 함께 살며 따뜻하고 서로가 아껴주던 아름다운 풍속은 시대착오 또는 바쁘다는 명분 아래 하나씩 피안(彼岸)으로 건너가고 있다. 철철 넘치던 이웃 간 인정(人情)의 강(江) 역시 빠져 죽을까봐 점점 얕아지고 있다.
콩 한 알 일지라도 쪼개어 나눠먹던 풍요로운 인심, 보릿고개도 알고 있는 세대, 밀레의 만종(晩種) 그림 앞에 오랜 시간 발걸음을 멈추고 감사함의 깊은 뜻을 반추하며 초원(草原)을 더욱 가깝게 느꼈던 순수함의 세대.
과연 대자연은 인간에게 어떤 삶을 요구하고 있는가.
5월은 연중 가장 녹음(綠陰)이 짙은 달. 거목 밑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꽃을 위하여 이른 새벽부터 몇 시간씩 호미를 이용해서 만든 플라워 베드(Flower Bed)에 봉선화도 심고 어제는 맨드라미 모종을 듬뿍 사다 심었다. 뿌리가 잘 내려 가을 석양에 불새, 화조(火鳥) 같이 화려함을 선사하며 기품 넘치고 요염한 자태를 뽐낼 것을 연상하니 피곤한 줄 모르고 일하는 것이 즐겁다.
우리 집 나바론 요새에 연중행사처럼 제비가 어김없이 날아 와 새 가정을 이루고 벽공(碧空)을 분주히 비상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 꽃밭 위에 달빛이 내리고 있는데 나는 승천의 기세로 인정(人情)이 오고가는 오작교(烏鵲橋)나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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