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 위협”-“같은 권리 누려야”

2012-05-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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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핵심을 위협하는 일이다.”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매우 과감하고 용기 있는 일이다.”
동성애자들의 결혼합법화를 지지한다는 오바마 대통령 최근 발언이 기독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4일 메트로 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대한 입장을 공개한 후 워싱턴 일원 교회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쪽은 “결혼은 한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며 동성 결합은 어린이들에게 절대 건강한 환경이 아니고 하나님의 창조 디자인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반대편에는 “대통령의 생각은 교회와 정치의 분리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교회들이 있다는 설명.
문제를 촉발시킨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9일 ABC-TV에 방영된 인터뷰에서 언급된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는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속한 교단, 문화와 정치적 성향, 혹은 인종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포스트는 대통령의 공개적인 동성결혼 지지가 선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얼마전 통과시켰던 메릴랜드주의 경우 이에 반대하는 교회들은 대통령의 발언 이후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히고 있고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혼이라는 전통을 존중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버지니아주의 천주교계도 대통령의 발표에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리버데일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제임스 조단 목사는 “성경은 절대 ‘진화’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은 변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행위는 정치적일 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젊은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 결혼에 대한 반대는 흑인교회에서 더 강한 면이 있다. 볼티모어에 소재한 ‘임파워먼트 템플’의 자말 브라이언트 목사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와 성경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해야할 때가 됐다”며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전혀 필요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표출하는 교회들도 없지 않다. 알링턴에 있는 ‘보로메오 천주교회’의 클레멘트 아펭누 신부는 “결혼이란 종교적인 의식이라기 보다 인간 전통”이라며 “누가 결혼의 의미를 정의할 수 있는 권위를 갖고 있는가” 물었다. 또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일부 종교만이 아니라 전 미국인들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도들도 성직자들처럼 의견이 나뉘기는 마찬가지.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은 “끔찍하고 흉악한 일”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동성애자들도 일반인과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며 옹호하는 그룹들도 존재한다.
또 시민운동가로 알려진 앨 샤프턴 목사는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용기 있는 것이었다고 치부하면서 “시민의 권리가 선택적으로 보호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해 교계 안에서의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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