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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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처럼 힘들게 살까?

2012-05-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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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가가 내담자와 상담을 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말은 바로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마치 당신 혼자 온 세상 근심과 걱정, 고초와 문제들을 뒤집어 사는 것처럼 너무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러한 말은 상담자가 웬만하면 거의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금기시되는 말이다.

왜냐하면, 내담자에게 당장 절박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런 편견 없이 들어주는 한편, 아픔을 당하고 있는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적으로 상담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할 수 있는 말들을 듣기 위하여 구태여 비싼 돈을 들여서 상담가를 찾아갈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나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는 내담자들을 만나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 이러한 괴로움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거나 혹은 과연 그런가 하고 궁금해 한다. 자기와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한 문제를 겪고 살아가고 있는 지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마음이 그들의 한 구석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실제로 나를 찾아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보면,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문제와 갈등하고 싸우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되고 그들의 안쓰러운 마음을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떻게 하면 위로와 희망과 살 소망을 다시 찾게 해 줄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어떤 경우는 “누구나 나만큼 힘들게 살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을 하고 싶은 유혹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이 치유와 회복의 중요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나는 믿는다.

나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거나, 남들은 편안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내 인생은 왜 이리도 지긋지긋한 고생으로 가득한지 한숨만 나온다거나, 우리 가정만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들 간의 문제가 있다거나, 우리 교회보다 더한 교회가 있을까 한탄만 하는 것은 문제의 근원과 핵심을 놓치게 한다.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러한 “나만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은” 자괴감이다.

형편과 내용과 사정은 다 달라도 나만 힘든 것 아니고, 모두들 이런저런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담고 살아가고 있다. LA 폭동으로 마음과 몸과 정신에 입은 깊은 상처 속에서 그래도 살 수 있는 소망이 있는 것은 함께 가게를 지키고자 목숨을 희생해 가며 고군분투했던 가족, 친지, 형제,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신분의 위협과 생계의 흔들림 속에서 그래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나만큼 힘든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벌써 5월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공유하자. 어려움과 고단함이 배어있는 일상의 삶, 나 혼자 그런 것 아니라고 나눌 수 있는 우리 한인 가정과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그럴 때, 따돌림과 고독과 상처 속에서 타인을 향한 방아쇠를 더 이상 당기지 않으리라.


장보철
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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