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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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들여다볼까?

2012-04-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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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혼자서 걸으면서도 이야기를 하며 간다. 심지어 문자메시지를 하면서 길을 건너기도 한다. 어린애부터 어른까지 어딜 가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들여다보느라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다.

문자 주고받기, 이메일 읽기, 여러 가지 정보읽기, 게임하기, 영화보기, 수없이 많은 웹에 들어가서 샤핑하기 등에 매달려 자기 본분과 할일을 미룬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자기 인생의 방향까지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현상의 부산물은 점차 중요한 가치를 잃어가고 마음의 상실이 온다는 것이다.

눈과 마음을 문명의 기기에 빼앗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과 사물에 대한 생각과 배려와 나눔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가정의 파괴, 사회의 혼란이 악화되고 세계적으로 갈등이 커져가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부모살해, 학교 대량학살 등이 좋은 예다.


사람들이 정신을 쏟고 부지런히 들여다 봐야할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자신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바라볼 틈이 없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을 다시 생각해볼 여유가 있을 리 없다. 타인의 행위를 판단하고 평가하며 주변 상황에 동요하며 살아가기 바쁘니 말이다. 자신의 마음을 직시하고 마음의 움직임을 느끼고 행동에 책임을 지며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자기 눈을 마음으로 돌려야 한다.

신문지상에서 가끔 기사화되는 내용을 보면 친교와 정보 교환이라는 좋은 목적 하에 시작된 네트웍으로 인해 적지 않은 부작용과 위험이 발생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을 알고 싶어서 가끔 페이스 북을 열어보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대화 내용들이 참으로 경악스러운 경지에 이르렀음을 본다.

어떻게 하면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자녀들이 여러 가지 문명의 기기들을 사용할 때, 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스마트폰에서 문자를 주고받을 때, 과다한 사용과 시간 죽이기 식의 습관을 점차 바꾸고 마음의 시선으로 스스로의 몸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부모의 역할이다.

부처님과 프로이드가 역설했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은 이 지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각자 마음이 고통과 불행, 그리고 행복과 기쁨을 만든다는 것이다. 나 하나가 있음으로 해서 네가 있고, 우리가 존재하는 마음이 만나 살아가는 동안 이 사회의 안녕과 질서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물질과 문명에 끌려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며 유행 같은 무선전파에 자기마음을 띄워 허공에 흘려보내고 있으니 걱정이다. 길거리를 걸으며 나 자신을 보고 자연을 생생하게 느끼며, 오늘 맞이한 시간과 사람들과 나누는 모든 일들을 바라보며 살 수 있는 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바라봐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보지 않아도 될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김병석
정신분석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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