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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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그레잇넥 사우스 중학교 8학년 강혜나 양

2012-04-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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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고 싶은 일 많아 꿈도 많아요”

미국과 세계에서 한국을 빛내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강혜나(14·그레잇넥 사우스 중학교 8학년)양.

장래 치과의사와 안과의사가 되어 가난 때문에 제대로 치과진료도 받지 못하고 돈이 없어 안경조차 쓰지 못한 채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비록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소외된 이웃을 아끼는 마음 씀씀이만큼은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건만 뭇 어른들이 오히려 배워야할 만큼 성숙하고 진심이 담겨 있다.

퀸즈 자메이카에서 커피샵을 운영하는 부모가 12년째 추수감사절 때마다 가난한 이웃을 초청해 무료 식사대접을 하는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온지도 올해로 6년이 된다. 오븐이 없어 칠면조 고기 한 점조차 맛보기 힘들 정도로 가난한 이웃이 주변에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부터는 요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갖고 있다는 각종 명품 인기 브랜드 용품도 절대 사양이란다.


청소년 사이에 한창 인기 있던 부츠나 의류를 부모가 사주겠다고 해도 ‘어차피 크는 중이라 얼마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괜한 돈 쓸 필요 없다’며 추수감사절 무료 식사대접 비용에 보태라고 할 정도다. 치과의사의 꿈은 어린 시절 치과 치료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던 함께 사는 친할머니를 보며 어렴풋이 키워오게 됐고 안과의사의 꿈은 안경을 맞출 돈조차 없어 평생을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
가는 이웃들을 만나면서 장래 꿈을 놓고 나름 고민에 빠져있단다. 할 수 있다면 둘 다 이루고픈 바람이라고.

의사를 꿈꾼 덕분에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학생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원래부터 좋아하던 과목이지만 수학에 더욱 큰 흥미를 갖게 됐다고. 물론 학교에서는 전 과목 A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교사 추천으로 올해 가을 고교 진학 후에도 우등반 수업을 보장받은 우등생이다. 나이답지 않은 절제력과 도전정신도 빛난다. 올해 부활절을 앞두고 무려 40일 동안 남동생과 함께 고기는 입에 대지 않기로 결심하고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을 무사히(?) 완수했다.
일하느라 힘에 부친 부모는 중도 포기했지만 평소 고기를 좋아하던 남매는 열심히 기도생활을 하며 꿋꿋이 이겨냈다고.

학교에서는 재학생들의 글을 모아 책과 문집으로 펴내는 교내 활동과 더불어 수영팀에서 활약하며 각종 스포츠를 즐기지만 평소 공이 무서워 즐기지 않던 구기 종목도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이제는 학교 농구팀과 배구팀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특히 농구는 온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구기 종목 도전 성공에 힘입어 1년 전부터 배우고 있는 테니스도 열심이고 장차 US 오픈에도 출전하겠다는 당찬 목표도 세워 놨다.

올해 여름에는 유럽으로 3주 동안 여행도 떠난다. 고등학교 진학에 앞서 보다 넓은 세상을 보고 안목을 키우라는 부모의 배려 덕분에 처음으로 가족과 멀리 떨어지게 될 예정이지만 세계를 무대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자원봉사 기회도 살펴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한국은 9학년이 되면 한인단체에서 선발하는 모국방문 프로그램에 지원해 다녀올 계획이라고. 한국어 학습에도 열심이어서 롱아일랜드한국학교를 올해 졸업하면 보조교사로 봉사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어 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한국어 동요대회에도 출전해 입상했으며 6학년 때부터 한국어로 쓰기 시작한 일기는 지금도 게을리 하는 법이 없을 정도로 한국인의 자부심을 갖고 한국어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단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비스트’를 좋아하지만 평상시에는 남동생과 함께 집에서 찬송가 부르기를 더 즐긴다. 초등학교 시절 ‘예꼬(예수님의 꼬마들)’ 활동 경험을 비롯해 무대 경험도 다분하고 끼도 넘친다. 그림그리기와 더불어 8년간 다져온 피아노 실력은 물론 4년간 익혀온 첼로 연주는 최근 창단한 뉴욕 클래시컬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선발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 봄 중학교 졸업식에서는 그간 펼쳐온 활발한 지역사회 자원봉사 활동으로 학교를 빛낸 학생에 선발돼 교사 추천을 받아 수상의 영광도 안게 되는 강양은 강중석·안미진씨 부부의 1남1녀 중 첫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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