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김(C2Education 원장)
각 병원에서 외과 의사의 수술 기록을 점수화해 이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지역 신문에 공개 발표한다고 생각해 보자. 수술 환자가 사망했거나 회복되지 않은 외과 의사는 낮은 점수를 받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른 환자의 외과 의사는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표면적으로 볼 때 이런 방법은 꽤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좋은 점수를 받은 외과 의사를 찾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수 제도는 각 수술에 따르는 다양한 위험요소나 수술 당시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있기에 정확하고 공정한 결과가 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점수 제도는 외과 의사들로 하여금 수술에 따르는 위험요소가 있을 때 그것이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라
고 해도 기피하게 할 것이다. 또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환자의 수술 역시 거부하게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외과 의사들을 점수로 평가해서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제도는 도움이 가장 필요한 환자들이 오히려 수술을 받을 수 없도록 만들고 말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불완전한 평가 제도가 지금 뉴욕시를 비롯한 수많은 주와 도시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시행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이러한 교사평가 제도의 선두 주자로 LA 타임스는 교사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등수로 매겨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뉴욕시가 약 1만8,000명 교사의 등수를 공개한 바 있다. 학생들의 표준시험 성적을 근거로 교사의 등수를 매겨서 일반에게 공개하는 이러한 교사평가 제도는 현직 교사들에게 ‘공개 망신’을 당하게 해서 더욱 분발하도록 자극을 주려는 의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개 망신’이 교육 개혁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파스케일 머클레어 교사의 이야기는 이러한 공개 망신의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시가 교사평가 결과를 등수로 매겨서 발표한 날 뉴욕포스트는 머클레어 교사의 아버지 집을 찾아가 “당신의 딸이 뉴욕 교사 중 꼴등을 했다”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뉴욕포스트 기자는 다시 머클레어 교사의 집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했고 경찰에 의해 두 번이나 주의를 받은 후에야 머클레어 교사의 집 앞을 떠났다.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뉴욕포스트는 바로 그 주말에 머클레어 교사의 사진과 함께 "뉴욕시에서 가장 형편없는 교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신문 지상에 실어 놓고야 말았다. 실제로 머클레어 교사가 매우 형편없는 교사였다 하더라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집중 공격하고 망신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이후 머클레어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과도 인터뷰가 진행됐고 머클레어 교사의 평가자료를 추가 분석한 결과 실제로 머클레어 교사는 형편없는 교사가 아니라 매우 훌륭한 교사였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머클레어 교사가 교사 평가에서 꼴찌를 하게 된 것은 교사의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평가 자료가 형편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시가 그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한 교사의 등수를 발표한 덕분에 머클레어 교사는 교사 경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 것이다. 교사의 등수를 매기는 뉴욕시의 접근은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결함을 갖고 있다. 이는 비단 평가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적이 저조한 교사에게 공개 망신을 당하게 해서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다는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매우 부정확한 기본 데이터: 뉴욕시의 평가 데이터는 수학에서 35%, 영어에서는 무려 53%라는 엄청난 오차 범위를 갖고 있다. 그 결과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 평가가 이렇게 높은 오차 범위의 부정확한 자료를 기반으로 시행된다는 것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매우 불공평한 일이다. 잘못된 자료로 인해 훌륭한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면 결국 그 손해는 학생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완전하지 않은 계산: 뉴욕시 교육청은 교사평가를 위해 학생의 인종, 부모의 수입, 영어 구사력 등 다양한 변수에 기반을 둔 복잡한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표준시험 점수를 근거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이외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너무나 많은 변수를 계산에 넣지 못하고 있다. 교육은 시험 점수로만 단순화할 수 없는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일이기 때문이다.
■망신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없다: 교사평가의 목표가 실적이 저조한 교사로 하여금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에 있다면 실적이 저조한 교사를 공개적으로 망신시키는 일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개 망신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팀웍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험 보는 방법 가르치기: 학생들의 표준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교사평가가 이뤄지고 교사들의 등수가 매겨져 공개 발표된다면 교사들은 심지어 매우 훌륭한 교사들조차도 학생들을 시험 준비를 위해 가르치려고만 할 것이다. 다음 세대가 시험에 탁월한 세대가 되길 원한다면 이러한 접근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음 세대가 리더십 있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세대가 되기 원한다면 시험 점수를 근거로 교사를 평가해서 공개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이다.
■시험 점수 조작 사건: 벌써부터 교사가 연루된 학생들의 시험 점수 조작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건 중 가장 심각했던 것은 애틀랜타를 꼽을 수 있다. 이토록 불미스러운 일은 학생들의 점수로 교사를 평가해서 공개하는 일로 인해 더욱 조장될 것이다. 교육개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사평가 제도는 교육개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평가제도에 의해 사임하게 되는 교사의 빈 자리는 더욱 커질 것이고 훌륭한 자질을 갖춘 교사 후보들 역시 이러한 공개 망신의 위협으로 교직을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다. 교사평가 제도의 새로운 접근이 절실하게 요구된다.